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로 다른 엔터산업 다지기…콘텐츠 내재화 VS 동맹 강화

[한준호 기자] 국내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엔터 산업에서 각각의 독보적 기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각 콘텐츠 사업자와 동맹 강화에 나선 반면, 카카오는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몸집 키우기와 내실 다지기를 위한 엔터사 설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양사의 행보가 국내 엔터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각자 경쟁력을 더욱 갖춰나가는 데에도 크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 콘텐츠 역량 강화에 매진

 

카카오는 자사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미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거대 기업으로 출발하게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고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부터)와 이진수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서로 다른 콘텐츠 역량이 돋보인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웹소설 등의 원천스토리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으며 카카오M은 음악·영상·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기획 제작과 플랫폼까지 소유하고 있다. 결국 엔터 산업의 전 분야와 전 장르를 아우르는 막강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밸류체인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엔터 산업에서 독보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 명실상부한 정상급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 로고

물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동맹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국내외 협력사들과의 전략 관계를 확대하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표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워낙 콘텐츠 자체 역량을 이미 갖춘 상태여서 여기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각자 대표 체제로 김성수 대표와 이진수 대표가 함께 이끌며 CIC(Company In Company)체제를 도입해 M컴퍼니와 페이지 컴퍼니로 구성한다. 김성수 대표가 음악·영상·디지털 등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한 ‘M 컴퍼니’를, 이진수 대표는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IP와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한 ‘페이지 컴퍼니’를 맡는다. 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사업은 이진수 대표가 함께 맡는다. 

네이버웹툰 로고

◆네이버의 동맹 확대, 플랫폼

 

네이버는 동맹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 주요 전략처럼 보인다. 이는 특히 엔터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활발하게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동맹을 맺어왔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CJ그룹과 지분을 교환해 CJ ENM의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됐다. 특히 투자를 통한 동맹 확대는 그동안 꾸준히 이뤄져 왔다. 

네이버 로고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표 엔터회사에 투자한 네이버는 올해 1월 전 세계 한류의 선봉에 서있는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비엔엑스에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비엔엑스 지분 49%를 인수하고 비엔엑스가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가져가는 형식이다.

 

이로써 네이버는 기술 개발에, 빅히트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네이버는 BTS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사 플랫폼의 확대도 노릴 수 있어 동맹을 통한 엔터 산업에서의 비중 확대를 추구하려는 듯하다. 

네이버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비엔엑스 모회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네이버 역시 자체 콘텐츠 역량 강화에 신경 쓰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네이버의 콘텐츠 역량이 웹툰이다. CJ그룹과의 동맹도 이러한 콘텐츠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를 CJ ENM과 JTBC의 합작법인으로 만들어진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을 통해서도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네이버는 웹툰 ‘스위트홈’을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방영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웹툰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드높은 상황이다. 이에 네이버는 웹툰의 세계화를 위해 아예 네이버웹툰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여기서 또한 그치지 않는 게 동맹 외에도 인수합병이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는데 6억 달러(약 6500억원)를 들여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이미 넷플릭스로 플랫폼의 위력을 경험한 국내 엔터사로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또 다른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더욱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확장세가 거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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