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지난달 체육계와 연예계를 휩쓸었던 ‘학폭’(학교 폭력)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SBS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학폭’ 현실을 따갑게 꼬집은 장면이 화제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펜트하우스2’ 4회에서는 하은별(최예빈)과 주석경(한지현)의 계략으로 청아예술제 예선에 참여하지 못한 배로나(김현수)와 제니(진지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주석훈(김영대)의 도움으로 예선장에 도착했지만, 천서진(김소연)은 배로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전형적인 2차 가해자였다. 자녀들의 비행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피해자 배로나를 몰아세웠다. “주석경이 물감을 풀어 뿌리고 화장실에 가뒀다”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배로나에게 돌아온 건 어른들의 비웃음 뿐. 이규진(봉태규)은 증거가 없는 피해 증언에 ‘무고’를 들먹였고, 천서진은 “본 사람도 없고 한 사람도 없다는데 네 말을 어떻게 믿냐”고 표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오윤희(유진)은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면 피해자는 없는 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오윤희의 대사 한 마디는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학폭’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서로 자신의 친구, 자녀를 감싸기 급급해 피해자의 상처는 쳐다볼 생각도 않는다. 만일 “왕따 당한 게 나”라는 제니의 고백이 없었다면, 그리고 돈과 권력을 쥔 부모가 없었다면 배로나는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한 채 상처를 떠안아야 했을 것이다.
최근 다수의 학교 폭력 폭로글이 등장한 상태지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연예인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폭로글의 당사자, 혹은 소속사는 앞다투어 ‘사실무근’, ‘법정 대응’ 카드를 내놓는다. 학교 폭력은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마주하는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폭력에 증거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퇴학 처분을 제외하고 비교적 경미한 학폭에 해당되는 조치들은 졸업과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간 ‘펜트하우스’는 집단 폭행, 학교 폭력, 납치, 살인 교사 등 수없이 많은 악행과 청소년의 비행을 묘사했다. 동시에 이들의 악행도 신랄하고 교묘하게 꼬집는다. 학교 폭력의 현실을 십분 반영한 오윤희의 대사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가져다줬다. 아마도 이 대사는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과연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면 피해자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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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펜트하우스’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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