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바이저’ 박지성이 전북에 온 이유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

 

[스포츠월드=고양 김진엽 기자] “구단 유스 시스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박지성(40)이 프로축구 K리그에 입성했다. ‘디펜딩챔피언’ 전북현대의 러브콜을 받아 클럽 어드바이저로 동행을 시작한다.

 

 박지성은 2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다목적홀에서 진행한 클럽 어드바이저 위촉 기자회견에서 “행정가로서 공부를 많이 했는데 K리그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 K리그 최고의 구단에 합류해 영광스럽다. 전북과 함께할 일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행보다. 한국 축구의 전설로 인정받지만 선수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K리그와 연을 맺은 적이 없던 박지성의 전북행은 ‘깜짝 소식’이었다. 박지성은 “김상식 전북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다. 당시 좋은 제안을 주셨지만 한국에서 상주할 수 없어 거절했었다”며 “그런데 비상근이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로 인해 비대면으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제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수락하게 됐다”고 전했다.

 

 

 왜 전북이었을까. K리그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는 리딩 클럽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전북이라면 한국 축구의 뿌리이자 근간이 될 유스 시스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지성은 “전북은 이미 K리그를 리드하는 클럽이다. 내가 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을까”라면서도 “유스, 시스템적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유스에 더 무게를 둘 전망”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박지성은 “유럽에서 맨유뿐 아니라 아약스, PSV아인트호번(이상 네덜란드)을 직접 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유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역시 변화가 필요하고 많은 예산이 있어야한다”며 “전북은 이미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리그 자체를 이끌어야 한다. 전북이 시도했고 효과를 본다면 다른 구단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행정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도 명확했다. 박지성은 “‘선수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유스에서 잘한다고 프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유스 성적과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선수를 프로로 보낼지가 중요하다”며 “(내가 경험한) 유럽의 좋은 시스템과 방식을 도입할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있는 만큼 한국만의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전했다.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박지성 역시 꾸준하게 공부하며 변화하고 있다. 박지성은 현재 영국에서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프로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다. 어떻게 선수를 지도자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다”라며 “행정가로서 감독과의 소통, 구단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추후 생각했던 것과 행정가의 길이 맞지 않는다면 유스를 키우는 쪽도 생각하면서 지도자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과 전북의 본격적인 동행은 22일부터다. 박지성은 전북 동계전지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남해로 내려가 선수단 및 코치진과의 상견례를 통해 어드바이저로서 첫발을 내디딘다. 현역 시절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고 어드바이저라고 해서 선을 넘지 않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박지성은 “내가 감독이 아니기에 어떤 색깔의 축구를 전북에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이미 전북은 공격 축구를 떠올리게 하는 팀”이라며 “클럽은 지역 색깔이 가장 많이 나타나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 안에서 정체성을 찾는 게 맞다. 내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진 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행정가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자세”라고 전했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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