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명의] 면역세포 공격에 약해지는 근육… ‘염증성 근육병증’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정희원 기자] 신체가 자신의 정상 조직·세포를 공격 대상으로 여기며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류마티스 관절염·루푸스 외에도 80여개 질환이 존재한다.

 

근육이 공격받는 경우 ‘염증성 근육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염증성 근육염·염증성 근질환·염증성 근병증 등으로도 불린다. 얼핏 일상에서 흔히 겪는 근육통과 유사할 것으로 느껴지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생소한 질환일수록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로부터 ‘염증성 근육염’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염증성 근육병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말 그대로 근육에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다발근염’, ‘피부근염’, ‘봉입체근염’ 등으로 분류된다. 가장 흔한 게 다발근염이며, 피부근염이 뒤를 잇는다. 봉입체근염은 극히 드물다. 이는 10만명당 60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발근염은 성인에서, 피부근염은 아동에서도 나타난다.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많다.”

 

-특징적인 증상을 설명해 달라.

 

“염증성근육병증의 대다수 환자가 속한 ‘다발근염’은 수개월에 걸쳐 근위부 근육의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아픈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긴가민가한 증상이다.

 

특징적으로 몸통에 가까운 팔 상박부, 허벅지·엉덩이 근육 등에 대칭적으로 발생해 근육세포를 앗아간다. 환자들은 머리를 감거나 빗질할 때 팔 힘이 빠지거나,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호소한다. 아예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피부근염의 경우 다발근염의 증상에 얼굴·손·몸통 등에 특징적인 피부 증상을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염증성 근육병증은 팔·다리뿐 아니라 폐·식도·심장 등 근육이 있는 모든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심장근육을 침범하면 심근염에 노추될 수 있고, 폐에 침범하면 호흡곤란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간질성 폐질환을 일으켜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장관을 침범하면 연하곤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튜브로 식사해야 한다.

 

장기간 이어질수록 근위축이 심해지고, 근육이 빠르게 파괴돼 침대에서 와병상태로 지내야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늦지 않게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는 점이다.”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어떤 경우 의심할 수 있나.

 

“보통 근육파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혈액 내 근육효소(CK) 수치가 올라갈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약물 복용, 물리적 요소, 내분비질환 여부 등의 영향을 받다. 따라서 문진을 통해 상승 요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조기발견이 까다로운 질환인 듯하다.

 

“현실적으로 환자가 스스로 염증성 근육병증을 의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도 노인들은 그러려니 넘기거나 다른 질병을 의심한다. 대부분 다른 과로부터 의뢰받고 진단받게 된다. 염증성 근육병증도  여타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증상의 호전·악화가 반복돼 진단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다.

 

관련 사례를 소개한다. 한 할머니가 평소 삼키는 게 어렵고 잘 일어나지 못해 신경과를 찾았다. 고령이다보니 파킨슨병을 의심했고, 치료도 받았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던 중, 의료진이 환자의 근육효소 수치가 높은 것을 의심해 류마티스 내과를 찾도록 했다. 검사 결과 피부근염이었다. 눈가에는 피부근염 환자의 특징 중 하나인 연보라색 자반도 보였다. 할머니는 피부근염 치료 후 식사용 튜브를 빼고, 화장실도 혼자 다닐 수 있게 됐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시기를 놓쳐 몇 년째 치료받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6개월 이내에 호전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요법이 주로 쓰이며 60~70%에서 부분 또는 완전 회복된다. 치료 후 염증성 근육병증은 재발하지 않지만 이후에도 호흡기능 저하, 종양 발생 여부 등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추적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합병증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염증성 근육병증 환자 절반 정도에서 ‘간질성 폐질환’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치료 후에도 폐질환이 남아 사람을 힘들게 하는 셈이다. 다만 폐질환 역시 초반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현재로서는 폐섬유화로 악화되기 전, 염증 단계에서 열심히 치료해 조직파괴를 막는 게 최선이다.”

 

-치료 후에는 소실된 근육이 다시 생성되는지.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염증으로 인해 근육세포가 파괴된다. 근육이 있던 자리는 지방이나 섬유조직으로 대체된다. 빨리 발견할수록 근육세포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진단받은 후에는 근력회복을 위해 재활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환자들을 위해 제언해달라.

 

“다발근육염과 피부근육염 등 염증성 근육병증이 생소한 질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치료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약물이 도입돼 치료결과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의 치료계획을 잘 따르면 분명 호전될 수 있다.”

 

◆염증성 근육병증, ‘이럴 때’ 의심해보세요’

 

-문득 샴푸·머리빗기가 힘들어진다.

-보행에 문제는 없지만 앉았다 일어나는 게 어렵다

-양쪽 팔다리에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체중이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게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혈액검사에서 AST·CK수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눈꺼풀에 연보라색 자반과 구진이 나타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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