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엄지원 “시의성·코미디·완성도, 드라마틱한 감정도 좋았죠” [스타★톡톡]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엄지원의 열연이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다. 당연한듯 지나쳤던 ‘엄마’의 존재, 쉽게 체감할 수 없었던 ‘출산’이라는 단어를 공감시켜준 건 배우의 열연 덕이었다. 이처럼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은 물론 마지막까지 빵 터지는 웃음과 따듯한 위로로 시청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 24일 종영한 tvN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현진(엄지원)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격정 출산 느와르’를 그렸다. 짧지만 굵은 8회 동안 최고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지지를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 속 엄지원은 오로지 승진을 위해 달려온 커리어 우먼 현진으로 분해 다이나믹한 출산기를 소화했다.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였다. 드라마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출산과 육아, 그 심오한 세계를 통해 인물의 진정한 성장기를 보여줬다. 

 

‘산후조리원’은 시작부터 배우들의 ‘인생 캐릭터’를 예고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엄지원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운을 떼며 “동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다. 함께 울고 웃어 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남겼다. 

 

출산과 육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산후조리원’은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엄지원은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다”라고 점쳤다. 마치 ‘저거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으로 공감하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다만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실제 경험이 있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산후조리원’은 오직 ‘출산’을 주제로 여성 중심의 서사를 이끌어냈다. 워킹맘, 모성애 등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소재로 시청자에게 공감을 선사했다. 특히 작가의 직접 경험을 대본에 녹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엄지원도 대본을 재밌게 본 후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 로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시의성을 가지면서도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 그러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기에 더욱 끌렸다는 답변이었다. 

올초 출연한 tvN ‘방법’과는 180도 다른 변신이었다. ‘방법’에서 엄지원은 방법(사람을 저주로 해하는 주술)사와 손을 잡고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혈 사회부 기자를 연기했다. 엄지원은 “‘방법’ 같은 경우 차갑고, 지적인 프레임 안에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지만 ‘산후조리원’의 경우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면서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며 중간중간 상상신들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재미있었다”라고 두 작품을 비교했다. ‘산후조리원’은 엄지원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오현진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건 장소별로 다른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집, 회사, 조리원, 회상(패러디)신까지 달라진 오현진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안에서도 ‘공감’을 염두했다며 “캐릭터 빌드 업의 문제 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을 느낀 그대로 시청자들이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엄지원은 오현진을 ‘나’라고 생각하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 작품들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안에 있는 현진 같은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서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특히 일하고 육아에 있어서 갈등하는 현진이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 실제로 경험이 없는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해서는 경험 해본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구체화시켰다.

작품을 끝내고 나니 ‘10부작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엄지원은 “8부작은 처음이었다. 기존의 미니시리즈보단 짧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방송이 시작하니까 너무 빨리 끝나버리려서 아쉬움이 컸다”라고 답하면서도 “반면 배우로서 체력적으로 16부작 촬영 때보다 덜 힘들었던 것 같고, 드라마가 짧은 만큼 전개가 지루하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라고 장점을 찾았다. 

 

최종회에서 현진(엄지원)은 육아휴직을 하러 회사를 찾았지만 큰 프로젝트를 보자 욕심이 생겨 복직을 결심했다. 엄지원은 “현진이는 마지막회에도 나왔듯 현진의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 일을 하며 놓친 부분들은 남편 도윤이 챙겨주고 부족한 정보들과 육아고민들은 조리원동기들을 통해 조언을 구하고 살아갈 것 같다”라고 상상했다. 시즌2를 염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공감 코드’를 찾아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데뷔 20년 동안 배우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첫 번째 원동력은 ‘재미’, 두 번째는 ‘아쉬움’이었다. 엄지원은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것 같다”라고 의미를 찾았다. 이어 “데뷔 초엔 캐릭터 표현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를 고민한다. 배우로서 시청자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지금껏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올초 tvN ‘방법’부터 ‘산후조리원’,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방법: 재차의’까지 쉼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엄지원은 “남은 한달은 정신없이 달려온 2020년을 돌아보고 싶고, 더불어 21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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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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