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민의 별책부록]“무뚝뚝한 내 아들, ‘1일1깡’ 진성이에게”

 NC 강진성 모친 손정아 씨가 한국시리즈에 나서고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무뚝뚝한 우리 아들 진성아. 집에서 항상 침대에 누워 한 손에는 글러브를 끼고 다른 손으로 공을 천장으로 던져 받던 네가 이제 한국시리즈에서 뛰고 있구나. 네 루틴에, 시합 준비에 방해가 될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펜을 잡았다. 언젠가 한 번은 네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는 엄마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아.

 

 진성아, 맨 처음 네가 창원으로 향할 때 기억하니. 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립을 하는데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단다. (박)민우나 (김)성욱이처럼 가족이 함께 창원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도 했어. 일 년씩 지나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게 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해서일까, 네가 그 부분에서 공허함을 크게 느끼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부상과 수술까지 겹쳤는데 매일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죄책감도 느꼈어.

 

 그래서일까. 엄마에게도 루틴이 생겼단다. 어릴 적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몸에 좋다는 보양식은 모두 챙겨봤잖니. 소, 뱀, 물개 등 외삼촌과 외숙모랑 네 보양식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 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장어를 먹으면 네 성적이 좋더구나. 그래서 어느 지역의 장어가 질이 좋은지, 어떻게 조리해야 좋은지도 다 찾아봤어. 매일 내가 구워줄 수 없으니 장어즙을 만들었고, 언젠가부터 네 자취방에 가서 냉장고부터 보는 게 습관이 됐다. 냉장고에 장어즙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큰일이다’ 싶었고, 메시지 확인보다 장어 주문이 먼저였어.

 

 보양식을 챙겨도 불안함을 어쩔 수 없더라. 갓난아기를 개울가에 내어놓은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어릴 적부터 네게 한 가지 바랐던 게 있어. 우리 아들이 밖에서 당한 설움을 그래도 집에서는, 가족들에게는 한 번씩이라도 풀어주기를 바랐어. 그래야 장어즙 말고도 조금이라도 네게 힘이 되 줄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볼 테니까. 팀에 합류해서 수술하고 재활하고 다시 수술하고 재활하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어리광 섞인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아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네 속마음을 알고 싶어 일기장을 찾아본 적도 있었다. 아빠와 침대 밑과 서랍장을 다 들춰내도 찾지 못하다가 이사할 때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겨우 수첩 한 권을 찾았어.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가족 앞에서 평생 응석부리지 않던 네가 경험한 실패와 감정을 빼곡히 적어놓은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우리 둘이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모두가 출근하고 나 혼자 침대에 걸터앉아 수첩을 보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해낼게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우리 아들이, 사춘기 때에도 속 썩히지 않고 가족부터 생각한 우리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몇날며칠을 울며 지냈단다.

 

 마음 한부분에서는 진성이 네가 ‘힘들어요. 야구 그만할게요’라고 먼저 말하기를 바라기도 했어. 적어도 타의에 의해 그만뒀다는 후회는 없을 테니까. 아무런 말 없던 너희 아빠도 언제 한 번 그런 얘기를 하더구나. 마산 마무리캠프를 갔는데 주전 선수들은 모두 쉬고 너 혼자 신인 선수들과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고 얘기하더라. 그 강인한 사람이 그 순간을 보고 몇 달 지나서야 내게 얘기하더라. 마음이 찢어졌다고. 나도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 네가 그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큰 멍으로 남아있단다. 그래서 둘이 울면서 ‘진성이, 야구 그만 시키자’고 얘기했었어.

 

 그랬던 아들이 지금 한국시리즈에서 뛰고 있어.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수비를 하고 동료와 환호하는 모습이 너무 반갑다. 올 한해 너무 잘해서 자랑스러운 내 아들, 네가 웃는 모습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네 상상과 현실을 모두 응원할게. 1일1깡 파이팅!

 

정리=전영민 기자 ymin@sportsworldi.com 사진=NC 제공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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