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했어…김재호의 웃음에 담긴 의미

[스포츠월드=고척돔 최원영 기자] 괜찮아, 잘했어, 할 수 있어. 김재호(35·두산)의 웃음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김재호는 두산 야수 중 최고참이다. 200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쭉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는 팀 내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배라고 무게 잡거나 대접받으려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부드럽고 세심하게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간다. 자나 깨나 미소를 머금는 게 전매특허다. 선수들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준다. 사실 웃으며 잔소리하는 캐릭터다. 선수단의 엄마로 통한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을 극적인 3위로 마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 많은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잘할 때보다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김재호는 선수단 구석구석을 다독였다. 올해는 오재일이 눈에 띄었다. 오재일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타율 0.125(2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무척 부진했다.

 

김재호는 “재일이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고 올해는 주장을 맡았다”며 “너무 잘하고 싶어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큰 듯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쉬운 결과에 빠져들지 말고 팀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일이가 잘 받아들이고 이해해줬다”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내더라. 재일이에게 제일 고맙고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선전 중인 젊은 투수진에게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김민규, 이승진, 박치국 등이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김재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한다. 마운드에서 잘 싸워준다”며 “덕분에 선수들이 힘들어도 티를 안 낸다. 다들 한 시즌 너무 잘해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민규를 콕 집었다. 만 21세, 사실상 1군 첫 시즌에 가을 무대서 불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김재호는 몇 번이고 어린 동생의 어깨를 매만졌다. 그리곤 “진짜 좋은 볼을 가진 투순데 캠프 때마다 감독님만 보면 떨어서 무척 안타까웠다”며 “올해 완전히 탈피했다. 민규만큼 던져주는 투수가 없다”고 미소 지었다.

 

한 가지 더. 최고의 리더십은 실력으로 솔선수범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늘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오르지만 당연한 주전은 없다고 여겼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였다. 나이가 들며 고질병처럼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졌다. 경기력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특유의 공 빼는 속도는 여전했지만 발이 무거웠다. 실책도 종종 나왔다.

 

자책하지 않고 다시 웃었다. 개인의 아쉬움보다는 팀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 지난 1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번에 배치되자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때려냈다.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데일리 MVP를 거머쥐었다. 김재호가 팀에 힘을 싣는 방법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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