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KCGI 반대 ‘넘어야 할 산’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도 고비 / 노선 조정·마일리지 통합 고민

[전경우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급물살을 타면서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정부는 16일 산경장 회의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인수결정을 의결한 직후 대국민 입장문을 내고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 밝혔다. 하지만 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6일 오전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진그룹 제공

우선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한진칼 지분 45.2%를 보유한 KCGI-조현아-반도건설 연합은 산은이 한진칼 3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가 조원태 회장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KCGI는 인수 관련 기사가 나온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비다. 양사가 합칠 경우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포함해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2019년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다만, 앞서 공정위가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 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노선 조정과 마일리지 관련 제도 통합도 쉽지 않은 문제다. 구조조정이 필연적인 합병 과정에서 양사 노조의 협력을 얻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는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편, HDC 현대산업개발의 존재도 복병이다. HDC현산은 최근 “동의없이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금호리조트)을 매각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보냈다. 금호산업은 지난 9월 HDC현산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25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진 상태다.

kw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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