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췌장암의 날] 가족력·흡연·제2형당뇨 '췌장암 고위험군'

[정희원 기자]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난치병 중 대표적인 게 췌장암이다. 최근 20여 년간 수많은 암 치료법이 도입됐지만 유독 췌장암만 환자 생존율과 생존기간이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2.2%로 한국인이 잘 걸리는 10대 암 중 가장 낮으며, 특히 원격 전이된 췌장암은 생존율이 약 1.7%에 그친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미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메이저리거 밥 깁슨,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여러 유명인사의 췌장암 투병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오는 11월 17일은 ‘세계 췌장암의 날’이다. 췌장암이 마냥 무섭고 공포스러운 병이라는 걱정보다는 아는 만큼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췌장암의 날을 맞아 췌장암에 대해 공부해보자. 

 

췌장암이 치명적인 이유는 발견 및 진단 시기가 늦고 그만큼 치료 또한 늦어져서다. 췌장암은 말기 직전까지 크게 증상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복통, 소화불량, 체중감소 등의 대표 증상은 소화기계 질환과 헷갈리기도 한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징센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복통과 등 부위 통증이 나타나고 급격한 체중감소, 황달 등 증상이 있으나 장기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며 “정기적인 검사만이 조기발견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복부초음파상에서 췌장낭종(물혹)이 발견되는 경우 점액성낭성종양이나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의 일부는 장기적으로 악성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덧붙였다. 

 

췌장의 위치는 복부 뒤쪽 깊숙한 곳에 있고, 위·십이지장·담관 등 다른 장기와 혈관이 주변에 밀집해 있어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더라도 전체 모양 확인이 어려운 편다. 또 종양표지자 혈액검사(CA19-9)에서도 특이도가 낮아 조기진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CT나 MRI검사는 초음파보다 더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복부 중 췌장을 선택적으로 촬영하는 췌장스크리닝 MRI검사는 조영제 없이 약 15~20분의 짧은 시간에 췌장 부위만을 선별해 고해상도의 영상검사가 가능하다. 일반인이나 고위험군을 위한 정기검진으로 주로 활용된다. 가로로 긴 모양의 췌장 두부(머리)에서 미부(꼬리)까지 모두 잘 관찰되며 췌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췌장낭종이나, 췌장암 여부를 판별하는 데 유용하다. 

 

췌장암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담배다. 흡연자는 췌장암 발생 위험이 최대 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담배에 포함된 발암물질들이 폐와 위를 지나 췌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차후 암세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은 30대 이하에서는 드물며 40~50대 이상의 흡연자, 췌장종양, 만성췌장염, 가족력, 제2형당뇨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이 권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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