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현장메모] 훈훈했던 윤희상의 라스트신 “감사합니다”

 

[스포츠월드=인천 이혜진 기자] “즐겁습니다.”

 

10월 3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 LG의 시즌 최종전. 윤희상(35·SK)이 가장 먼저 마운드 위에 섰다. 선수로서 나서는 마지막 무대였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상대, 총 6개의 공을 던졌다. 예고와는 달리 초구는 볼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박수를 받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임무를 마친 윤희상은 동료들과 한 명씩 인사를 나눴다. 후배들은 일렬로 서서 선배의 마지막을 응원했다. 작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김광현이 꽃다발을 들고 깜짝 등장해 훈훈함을 더하기도 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까지 17년간 SK 소속으로만 활약했다. 2012년 10승을 거두는 등 SK 우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1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8년)과 2번의 준우승(2011년, 2012년)을 함께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당초 이날 선발은 박종훈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양해를 구해 변경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윤)희상이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터. 윤희상은 그저 밝게 웃을 뿐이었다. “선발 전날이면 항상 신경을 쓰면서 잠들었었다”면서 “어젠 애기들과 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 야구하면서 제일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오자고 맘먹었다”고 말했다. 감사함을 전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윤희상은 “한 번쯤은 다시 (공을)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재활운동을 했다. 통증일 재발해 다시 어깨가 악화됐을 때에도 코치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도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윤희상은 “2군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인데, 야구 선수들이 조금 더 멋있게, 화려하게 비춰졌으면 좋겠다. 어린 아이들이 꿈을 꾸고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팬도 더 많아졌으면 싶다”고 밝혔다. 어떤 투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엔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면서 “그 시대의 SK라는 팀을 생각했을 때 저런 선수도 있었구나 정도만 돼도 감사할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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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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