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NC 구창모 옥죈 90일의 공포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 8월말 부상 복귀를 꿈꾸던 구창모(23·NC)는 “미치겠습니다”고 하소연했다. 수차례 연습투구 끝에 전완근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고, 몸보다 정신이 힘들어질 때였다. 호성적에 제동이 걸린 것보다 구창모를 옥죈 것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었다. 구창모는 “내가 민폐가 됐다는 생각이 정말 무섭더라”고 털어놨다.

 

 구창모는 가을야구에 한이 있다. 지난해 생애 첫 10승을 거두면서 가을야구는 물론 은사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도 그린라이트였다. 그런데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허리 골절을 진단받았다. 어릴 적부터 꿈에 그렸던 국가대표 유니폼은 물론 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더그아웃이 아닌 본가 거실 TV 앞에 쪼그려 앉아 중계만 지켜볼 뿐이었다. 구창모는 “‘야구를 볼 힘도 없다’라는 말이 딱 그때 나를 설명하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충격이 더 컸다. 전반기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새로운 역사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양현종의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라는 별칭이 붙었고, 토종 선발 연승 기록과 최다연승 신기록도 언급됐다. 화려한 조명 속에 부담감을 즐기고 있었는데 전완근 피로골절 이후 조명이 그대로 꺼졌다. 충격이 큰 탓에 약 세 달 동안 인터뷰 요청도 모두 고사했다. 승승장구하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스스로 아픈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했다.

 

 구창모는 “살면서 이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지인들로부터 어떤 위로의 말을 들어도 스스로 진정하기가 어려웠고, 멘털이 아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후배들이 자리를 꿰차고 좋은 활약을 할 때마다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 ‘돌아가면 내 자리가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건지, 답답하고 무기력한 감정이 정말 무섭더라”고 털어놨다.

 

 지난 24일 창원 LG전에서 약 90일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우승 확정 경기에 등판해 완벽투. 그리고 30일 삼성전에는 선발로 출격해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100구 이상 투구할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고 한 차례씩 팔을 만져보는 습관도 생겼다. 그러나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구창모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나도 밀려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컨디션을 찾겠다. 한국시리즈만큼은 아무런 문제없이 던져보겠다”고 강조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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