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예’ 지수 “20대 끝자락, 많은 작품 남기고 파…이뤄지는 멜로 원해요” (인터뷰②)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키스신 하나 없이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통 멜로에 도전한 배우 지수가 캐릭터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사랑의 면면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종영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는 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던 형제와 운명 속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극 중 서환(지수)은 오예지(임수향)을 향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을 보여줬다. 

 

지수는 2015년 MBC 드라마 ‘앵그리맘’으로 데뷔해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2017), ‘힘쎈여자 도봉순’(2017), ‘첫사랑은 처음이라서’(2019)까지 차곡차곡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올해는 더 없이 꽉 찬 한 해를 보냈다. 카카오TV ‘아만자’와 ‘내가예’, 곧장 ‘달이 뜨는 강’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내가예’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지수는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마음껏 ‘맛집 탐방’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쉽지 않았던 작품을 끝내고 나니 산을 넘은 듯 후련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작품에 임하기 전 감독은 지수에게 “이 작품을 만난 것도 필연이 아닐까”라는 말을 던졌다. 지수 역시도 배우로서 크게 성장할 거란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임한 작품이었다. (인터뷰①에 이어) 

 

‘내가예’는 절절한 정통 멜로에 그 흔한 키스신 하나 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진한 포옹으로, 애틋한 스침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이때 조금 더 가도 좋을 텐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받아들이고 연기해야 했다”라고 답한 그는 “작가님도 마음껏 쓰지 못해서 아쉬워하셨다. 방송 시간, 시청 연령에 따라 표현을 절제하셨다고. 원래 대본에선 제주도가 아닌 뉴욕의 센트럴 파크였고, 키스신도 많았다고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저도 아쉬운 부분은 있죠. 이성으로 누르려 하지만 본능이 꿈틀댈 때 시청자들도 가장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참지만 그럼에도 나오는 본능들 망이에요. ‘내가예’ 기획 단계의 원제목이 ‘형수’였다고 들었어요. 굉장히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요즘 세대에 맞춰서 작업하다 보니 수위가 조절된 것 같아요. 그래서 말초적이기보다 섬세한 쪽을 택하신 게 아닐까요.”

 

“그게 하고 싶어요. 내 인생 망치는 거.” 많은 여성시청자를 유입시킨 대사다. 지수는 “아무래도 성인이 된 후의 신들은 더 어려웠다. 이성으로 숨기고는 있지만, 본능이 툭 튀어나오니까. 이를테면 ‘내 인생 망치는 거’라는 대사도 그랬다”라고 언급했다. 이 대사 직전 서환은 “오예지의 남자 하겠다는 거 아니다”라고 내뱉는다. 바라만 보겠다고 외친 그의 이어지는 대사가 ‘인생 망치는 거’였다. 대본을 보면서 과연 이 사이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고민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더 애끓는 감정과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가예’ 배우들은 대본을 보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묘사했다. 사뭇 진지하고 감성적인 대사는 보통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구어체의 말투보다 책 속에서나 볼 법한 문어체의 말투로 느껴졌다. 지수는 “단어 하나하나 색다르게 느껴졌다. 연기할 때 어렵긴 했다. 연극 같은 느낌이랄까.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그 대사를 잘 소화하는 임수향 누나와 하석진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대사도 대사지만 사이사이 감정들이 되게 어려웠다. 그것들을 잘 채워놔야 대사로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삶이길 믿는 지수에게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무턱대고 부딪혔던 초반과 비교해 보면 배우란 하면 할수록 더 고민이 많아지는 직업이다. 갈수록 더 어렵기도, 그래서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년이면 스물아홉, 20대의 막바지에 접어든다. 지수는 “곧 20대가 지나니까 그 전에 작품을 더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고 고백하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갈증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신선하게 느껴질 법한 다른 작품 속 캐릭터를 갈망하고 있다. 

 

지수에게 시간이 지나 ‘내가예’를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묻자 그는 단번에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시보기 힘들 만큼 감정을 쏟아낸 작품이었다. “제가 나온 장면만 보면서 모니터링 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몰아서 보기엔.... 감정적 소모가 컸던 작품이에요. 지금 당장은 보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저 땐 저렇게 촬영했었는데’ 하면서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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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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