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리니지 시리즈, ‘넘사벽’ 신화 이어간다

리니지M 발매 이틀 만에 순위 평정… 자체 IP 활용 성공적 / PC와 다른 독자적 색을 더해 차별화… ‘창의적 단절’ 실현 / 차기작 리니지2M, 충돌처리기술·기기 연동 등 한계 돌파
PC 온라인 게임에서 출발한 ‘리니지’ 시리즈는 모바일로 외연을 확장한 이후에도 국내 게임 시장을 평정했다.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처녀작 ‘리니지M’.

[김수길 기자] 지난 1998년 9월 3일 PC 온라인 게임으로 세상의 빛을 본 ‘리니지’가 어느새 모바일 게임으로도 반경을 키우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IP(지식재산권)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리니지’ 탄생 20주년을 한 해 앞둔 2017년 6월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처녀작 ‘리니지M’은 나오자마자 순위를 평정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11월 출현한 후속작 ‘리니지2M’은 ‘리니지M’을 향한 유일한 대항마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물론 넥슨과 넷마블 등 주요 경쟁 기업들이 수많은 작품을 쏟아냈지만,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리니지의 적은 리니지’라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순간이다.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내놓기 1년 전인 1997년 회사 명판을 단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시작으로 ‘아이온’과 ‘블레이드&소울’ 등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IP를 기반으로 족적을 쌓아갔다. 엔씨소프트는 적어도 MMORPG 장르에서만큼은 블리자드 같은 세계적인 게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했다. 출시작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연착륙하면서 ‘MMORPG 명가’라는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지금의 환경에 맞게 재구현한 ‘리니지 리마스터’.

그 출발점 격인 ‘리니지’는 단순히 ‘국내 최초 3D 온라인 PC 온라인 게임’이라는 근본적인 수식어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오가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알찬 열매마저 잉태한 까닭에 허울이 아닌 ‘제대로 된 진화’로 평가받는다.

‘리니지’의 뿌리는 만화가 신일숙이 만든 동명의 순정만화다. 엔씨소프트는 만화 속 혈맹 시스템과 대규모 사냥, 공성전 시스템 등을 사이버 공간에 펼쳐보였다. 또한 유난히 결속력 짙은 이용자 커뮤니티는 강력한 구심력을 구축하는데 일조했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강하면서 ‘리니지’는 끝나지 않을 영생(永生)을 예고했다.

‘리니지’는 게임 콘텐츠를 문화 콘텐츠로 승격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이 지닌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례로 꾸준히 회자되는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은 이를 입증할 좋은 일화다. ‘바츠해방전쟁’은 일명 바츠라는 서버에서 2004년 6월부터 약 4년간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온라인 게임 내 전쟁이다. 당시 아무 관계도 없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대형 권력(DK 길드)’에 대항해 자유를 찾은 ‘온라인 최초 시민 혁명’으로 조명받았다. 논문과 서적, 웹툰, 예술작품전시회 등 여러 문화 콘텐츠로도 재생산되면서 온라인 게임의 사회성·정치성을 반영하는 사례다.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은 온라인 게임이 지닌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례로 꾸준히 회자된다.

‘리니지’는 자칫 성장세가 정체될 뻔했던 엔씨소프트에 기름칠을 한 주인공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 위메이드·조이맥스 연합 등이 모바일 분야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선점하던 2012년 말부터 이듬해 초반까지 여전히 PC 온라인 게임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었다. 이후 소수의 모바일 게임을 내놨으나 파괴력 있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3년 정도 내공을 축적하면서 ‘리니지M’을 선보였고 단숨에 권좌에 올랐다. ‘리니지M’은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리니지M’은 발매 이틀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등 국내 양대 마켓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만 3년이 흐른 지금도 순위는 동일하다.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리니지M’이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원작의 게임성을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색깔을 덧칠한 덕분이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등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만 다른 동일 게임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 ‘리니지’ 이용자 사이에서 이 두 게임은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구분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역시 ’리니지M’ 1주년 간담회에서 “‘리니지’를 벗어나 ‘리니지M’만의 오리지널리티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며 ‘리니지’와 ‘리니지M’의 결별을 천명하기도 했다.

‘리니지2M’은 플랫폼과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리니지M’이 ‘리니지’와 ‘창의적 단절’을 시도했다면, 차기작인 ‘리니지2M’은 원작인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리니지2’는 2003년 시판 당시 동시대 최고의 그래픽으로 불리면서 국내 3D 온라인 MMORPG의 시대를 주도했다. ‘리니지2M’은 원작의 고유 감성과 경험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 차별화도 꾀했다. 모바일 최고 수준의 4K UHD(Ultra-HD)급 해상도의 풀(FULL) 3D 그래픽을 실현했다. 여기에 그동안 모바일 MMORPG에서 구동하기 어려웠던 충돌처리기술에다, 고도화된 전략·전술로 구현된 ‘전투의 완성’은 백미로 꼽힌다. ‘리니지2M’은 플랫폼과 기기(디바이스)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엔씨소프트의 자체 플랫폼인 ‘퍼플’을 통하면 ‘리니지2M’을 모바일과 PC에서 연동해 즐길 수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가공한 확장성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중에서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TL’은 ‘다음 세대를 위한 리니지’로 육성되고 있다. 클래스(Class, 직업) 기반의 전투와 높은 자유도, 혈맹 중심의 세력전으로 대변되는 ‘리니지’ 시리즈의 핵심 동력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 TL’을 국내에 한정해 제작하고 있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IP의 후광을 등에 업지 못하는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완성도를 갖춘다면 ‘리니지’의 역사에 또 다른 전기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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