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올 뉴 디펜더, 이런 고급차로 비도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랜드로버가 이번에 출시한 올 뉴 디펜더는 비도로 주행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해 차 가격과 상관없이 새로운 차원의 야외 레저 활동에 안성맞춤인 차였다.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한준호 기자] 과연 영국 군용차의 후예다웠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명가 랜드로버의 올 뉴 디펜더를 타고 산길과 물길을 달려봤다. 1억원에 육박하는 고급 대형 SUV여서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10분 정도 비도로 주행을 경험하고 나서는 부담감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차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졌다.

 

올 뉴 디펜더는 군용차로 잘 알려진 디펜더를 21세기형으로 재창조한 차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올 뉴 디펜더 110이 얼마 전 최초로 출시했다. 올 뉴 디펜더는 현재 랜드로버 SUV 중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레인지로버, 그리고 가장 다재다능한 디스커버리와 함께 가장 유능하고 견고한 사륜구동 SUV다.

 

시승 구간은 경기도 양평군 유명산 정상과 근처 고갯길 등 차로 가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길이었다. 두 구간이었는데 시간은 대략 1시간과 30∼40분씩 소요됐다. 말 그대로 일부 구간만 국도였고 곧바로 비도로인 산길로 접어들어 계속 오르고 내려가는 코스였다. 

 

출발 전,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캠핑 장비 등과 함께 세워진 차를 보니 고급스러우면서도 탄탄한 외관에 어울리는 듬직한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초창기 모델도 함께 전시됐는데 확실히 세련된 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뤄 전체적으로 사각형의 튼튼한 외곽선이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트레일러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각종 수납장과 풍부한 USB 포트, 널따란 트렁크 공간과 전원선 연결이 가능한 곳도 마련돼 있었다. 한 마디로 실용성의 끝판왕이었다. 

 

실내에 앉자 좌석 조정을 위해 익숙하게 누르는 단추를 찾았지만 없었다. 수동 좌석 조절 장치였다. 내부도 디스플레이나 버튼 등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졌음에도 이건 좀 아쉬운 지점이었다. 

 

시승은 안전을 위해 선두 차량의 안내에 따라 다섯대씩 조별로 이뤄졌다. 산길로 접어들기 전 무전으로 차체를 높여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간편하게 버튼 하나로 차체가 높아지는 게 보였다. 비도로 주행을 위한 모드였다. 차체를 75㎜ 높일 수 있고 필요하면 70㎜ 추가로 높일 수 있다. 이번에 큰 강을 건너진 않았지만 최대 도강 높이도 900㎜로 상당하다. 사륜구동 모드로 바꾸고 처음에는 평탄한 지형을 지났다. 그리고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중간에 작은 시내도 있었지만 거침없었다.

 

놀라운 점은 다른 SUV와 비교해서 확실히 안정적인 주행이었다. 그리고 운전자를 괴롭히는 선두 차량의 지시가 계속 이어졌다. 모래, 자갈, 바위 등 모니터 터치 한 번으로 노면 상태에 따른 주행 모드 바꾸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흔들리고 좁고 험한 길을 통과하면서 터치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산길은 바위로 이뤄져 있거나 자갈이 잔뜩 깔린 길부터 진흙으로 범벅이 된 구간으로 다채로웠다. 그때마다 선두 차량에서 지시가 왔다. 나름 충실히 따랐는데 꽤 번거로웠다. 그래도 해당 모드로 가면서 좀 더 바퀴의 움직임이나 서스펜션의 느낌이 확실히 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힘도 좋았다. 올 뉴 디펜더의 인제니움 2.0ℓ 4기통 디젤 엔진은 240마력의 강력한 출력과 43.9㎏.m의 최대 토크를 갖췄으며, 알루미늄 재질의 저마찰 엔진 설계로 진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는데 확실히 디젤차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정숙한 디젤차라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힘을 발휘하느라 소음이 들리곤 하는데 디펜더는 이게 없었다. 

 

유명산 정상에서는 차 성능뿐만 아니라 운전 실력도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글라이더 출발 공간이 자리한 곳으로 상당히 좁았지만 디펜더 차량 5대 정도 겨우 주차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를 오르는 급경사 길이 문제였다. 일부 돌이 있고 잔뜩 말라 있는 흙들로 이뤄진 길인데 상당히 미끄러웠다. 몇 차례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다가 아예 진행방향에서 1∼2m 정도 왼쪽으로 더 들어가서야 차가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비도로 주행을 마치고 나자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차도 힘들었겠지만 일반도로 주행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다 보니 그런 듯했다. 그리고 차에 대한 믿음도 견고해졌다. 직접 험로를 뛰어보니 이 차의 성능과 진가는 비도로 주행에서 발휘된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승이었다. 

 

tongil77@segye.com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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