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민의 별책부록]윌리엄스 감독과 ‘택시운전사 김사복’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택시운전사를 찾습니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최근 ‘형님’ 류중일(57) LG 감독을 통해 35년 전 함께했던 일화를 전해 들었다. 류 감독이 잠실야구장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인 일과 윌리엄스 감독 역시 잠실에서 홈런을 쳤던 사연까지 접수했다. 그리고 1985년 한미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을 때 윌리엄스가 2루 도루 중 류 감독이 태그아웃하는 장면은 신문 기사와 사진으로도 접했다. KIA 지휘봉을 잡고 한국 땅을 밟은 게 운명인 것처럼 기묘한 인연이다.

 

 다른 인연도 있다. 시대적 배경은 역시 1985년. 당시 윌리엄스가 동료와 이태원을 배회하던 중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차도 모두 멈춰 섰다. 민방위 훈련인지 혹은 다른 긴급태세가 필요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내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생전 처음 접해본 윌리엄스 감독이 너무 놀랐다.

 

 오후에 경기가 있어 무조건 숙소로 복귀해야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겨우 택시 한 대를 붙잡았다. 윌리엄스가 호텔 위치를 설명했는데 택시 운전사는 사이렌이 울리는 중에 홀로 차를 움직일 수도 없는 일. 윌리엄스 감독은 “택시기사가 상당히 곤란해 했다”면서 “겨우 호텔에 돌아가니 군복 입은 사람들이 무척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폴로셔츠를 1달러 주고 샀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웃픈’ 사연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담은 힌츠페터는 한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고립된 광주를 탈출했고 한국의 실상을 전 세계에 전했다. 물론 윌리엄스 감독이 광주를 구한 것은 아니지만 낯선 상황에 택시 운전사의 도움을 받고 고립된 지역을 벗어났다는 점은 똑같다.

 

 힌츠페터와 달리 윌리엄스 감독을 도운 택시 운전사는 아무도 모른다. 몽타주를 그릴 수도 없다. 차량 모델이나 번호판 택시운전사 이름 등 기억에 남은 것도 없다. 그저 이태원에서 근처 호텔로 데려다줄 때 사이렌이 울렸고 난감한 표정을 지은 운전사의 잔상만 윌리엄스 감독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IA 제공

 

ymin@sportsworldi.com 사진=KIA 제공

 

 

 

사진설명: 추억여행에 한창인 윌리엄스 감독이 류중일 감독과의 인연에 이어 택시운전사에 관한 사연까지 공개했다. 사진은 윌리엄스 감독이 류 감독과 35년 전 사진을 공유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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