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전광판 속 ‘홈런’…박병호도 ‘바주카포’를 잡았다

[스포츠월드=고척돔 전영민 기자] 고척 스카이돔 내 전광판에 표기된 숫자는 여전히 낯설다. 그래도 익숙한 단어 ‘홈런’이 새겨졌다. 박병호(34·키움)가 19일 만에 깨어났다.

 

 박병호의 방망이가 세차게 돌았다.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 홈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으로 멀티출루를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문학 SK전 이후 19일 그리고 13경기 만에 시즌 18호포를 신고했다. 1타점과 1득점도 개인 기록에 보탰다. 3-2로 승리한 키움은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6번 타자’ 박병호의 홈런은 두 번째 타석에서 터졌다. 1-2로 뒤진 4회말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볼카운트 2B-1S에서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4구째 직구에 배트를 돌렸다. 한가운데 몰린 직구는 여지없었다. 박병호의 배트 정중앙에 맞고 솟구친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 너머에 떨어졌다. 비거리는 115m. 박병호는 6회에 볼넷까지 골라내며 쿠에바스를 궁지로 몰았고, 결국 KT는 불펜 계투조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지난 몇 년간 박병호의 홈런이 곧 히어로즈의 타격이고 박병호의 타점이 키움의 득점이나 다름없었다. 구단뿐 아니라 국가대표에서도 4번 타순은 박병호의 몫이었다. 그런데 올해 유독 부진이 길었다. 깨어나는 듯 하면서 다시 침묵의 연속이었다. 팀이 NC와 선두 경쟁을 하는 동안 촉매제가 부족했던 키움은 박병호의 부활을 기다렸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기대만큼 아쉬움은 배가됐다.

 

 박병호의 차가운 방망이보다 낯선 것은 전광판 속 숫자였다. 개막 직후 타율이 1할대까지 추락하더니 아직까지 2할5푼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하던 박병호가 박병호답지 않은 성적을 남기고 있는 것.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한 손혁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박병호의 타순을 조정했다. 이번 달부터 박병호는 6번 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떨쳐내라는 감독의 배려다.

 

 이날 경기 개시 전 손혁 감독은 “병호가 전광판에 나타나는 자신의 타율을 보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을 것이다. 잘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6번 타자 박병호는 19일 만에 대포를 쐈다. 전광판 속 타율은 여전히 2할대.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홈런’이라는 익숙한 글자가 나타났고 박병호는 처음으로 더그아웃에 구비된 바주카포를 잡았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고척돔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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