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바람구름비’로 사극 두려움 떨쳐냈죠” [인터뷰]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고성희가 ‘바람과 구름과 비’로 사극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이하 ‘바람구름비’)는 운명을 읽는 조선 최고의 역술가이자 명리를 무기로 활용하는 최천중(박시후)의 도전과 사랑, 그를 위협하는 킹메이커들과 펼치는 왕위쟁탈전을 그렸다. 극 중 고성희는 조선 철종의 딸 봉련을 연기했다. 사람의 운명을 내다보는 신묘한 능력을 갖춘 인물. 장동 김문에게 인질처럼 잡혀 그 능력이 이용당하지만, 결국 천중을 도와 함께 킹메이커로 활약했다. 

 ‘바람구름비’는 최고 6.3%, 최종화 5.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기록으로 TV조선 사극의 흥행공식을 이어갔다. 스포츠월드와 만난 고성희는 “숫자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도 VOD로 시청했다”면서도 “6∼7월 내내 1위를 했다. 예능을 포함해서 1위였다”라고 밝게 웃었다. 

 

 ‘바람구름비’에는 명성황후 민자영(박정연)과 흥선대원군 이하응(전광렬)이 등장했다. 가상의 인물들이 두 명의 실존 인물과 이야기를 펼쳐갔다. 역사속 사실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구미를 한껏 당겼다. 반면 배우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상의 인물 봉련을 연기한 고성희는 “실제와 허구가 섞이다 보니 걱정도 했다”면서 “작품을 준비하며 잘 몰랐던 역사 공부를 했다. 민자영이 명성황후가 되고 작품이 끝나는데, 주변에서는 ‘바람구름비’가 50부작이면 어땠을까 이야기도 하시더라. 하지만 그건 조금 위험할 것 같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이야기가 마무리 된 것 같다”면서 “엔딩이 정말 좋았다. 삼전도장과 패밀리들이 연해주에서 새로운 걸 도모하는 모습,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이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봉련은 영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미래의 일을 미리 보고 예언했다. CG나 상상 속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논란이 생길 수도 있고, 연기 질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한 그는 “고민 끝에 답이 안 나오면 현장에서 나 자신을 ‘놔버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상황을 큰소리로 말씀해주셔서 맞춰가며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봉련이에게 입체감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인물이 도구적으로 쓰이지 않고,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 더 맞서 싸웠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어요.(웃음) 아쉬움도 있었지만 되게 멋있었어요. 아마 봉련이 같은 인물이 역사에 있었다면 세상이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죠.”

 

 2014년 드라마 ‘야경꾼일지’로 사극에 도전한 후 6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다. 당시 만족보단 부족함을 느꼈던 터라 이번 작품은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사극은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노련함이 생겼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그래서 ‘바람구름비’도 많이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대본이 그를 끌어당겼다. 사극 연출으로 이름난 윤상호 감독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윤상호 감독님께서 ‘봉련이라는 인물을 그렸을 때 고성희 말고는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사극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저와 딱 맞지는 않았죠. 한복을 입었을 때 키도 큰 편이고, 뛸 때도 남자애처럼 뛰거든요.(웃음) 스스로 ‘내가 안 맞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감독님의 칭찬에 힘을 얻었어요. 촬영 내내 ‘봉련이 잘한다!’라고 외쳐주셨어요. 다음에 또 같이 작품을 하기로 했어요. 한 번 기다려봐야죠. (웃음)”

 

 2013년 영화 ‘분노의 윤리학’으로 데뷔해 드라마 ‘미스코리아’(2013), ‘아름다운 나의신부’(2015),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마더’(2018), ‘슈츠’(2018) 등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도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에 이어 ‘바람구름비’까지 완주했다. 고성희는 “서른살 이후 첫 작품이 신기하게도 사극이었다. 가장 두려움을 가진 장르였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면서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도 자랑스러운 필모그라피가 되지 않을까”라고 의미를 찾았다. 

 

 영적인 힘을 가진 봉련을 연기했지만, 평소 점을 믿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재미 삼아’ 본 사주와 신점은 꽤 흥미로웠다고. 그는 “자수성가형에 스스로 개척하는 타입이라고 하더라. 내 성격이랑 비슷했다”라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했다면서 “나 스스로 ‘왜?’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답이 필요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과거 걸그룹을 준비하던 이력이 있었지만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편히 살 수 있는 운명은 아니다”라고 웃으면서도 “의존하고 살면 편하겠지만 자신을 괴롭히고 치열하게 사는 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힘들지만 그게 맞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여장부 캐릭터에도 애정이 간다고.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고, 성별을 떠나서 개척하고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장르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영화 ‘롤러코스터’(2013) 이후 코미디를 접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하면서 “해보고 싶은데, 잘해낼 수 있을까 겁도 난다. 개그 욕심이 많은데 요즘 코믹한 작품이 많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외 활동의 기회도 찾고 있다. 무엇보다 주어진 좋은 작품을 통해 ‘배우 고성희’를 단단히 각인시키는 게 목표다. 촬영을 마친 지 3주 정도 됐지만, 벌써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고성희는 “빨리 차기작을 찾게 될 것 같다”라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