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이 정도면 ‘심스틸러’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이라도 봐도 될까.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방망이로 출루까지 만들어낸다. 그때부터는 누구보다 빠른 주력으로 전장을 뛰어다닌다. 심우준(25·KT)의 공·수·주 삼중주가 KIA를 울렸다.
심우준이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3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 원정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2루타 1개)로 맹타를 휘둘렀다. 1득점과 1도루도 개인 기록에 보탰다. 심우준의 ‘미친’ 활약 덕에 KT는 4-1로 승리했고 시즌 35승째(1무33패)를 기록하면서 5위 LG(38승1무31패)와 격차를 2.5게임차로 좁혔다.
심우준의 방망이는 세차게 돌았고 다리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2-0으로 앞선 2회 안타를 치고 나간 심우준은 조용호 타석에 도루를 성공했다. 심우준의 주력을 인지한 KIA 선발 투수 양현종이 몇 차례 견제 동작을 취했는데 내야수들이 방심한 사이 빈틈을 찾아 2루 베이스를 밟은 것. 양현종의 견제구마저 빗나가면서 심우준은 여유롭게 3루를 밟았다.
5회에도 안타로 출루한 심우준은 꾸준히 기회를 노렸다. 양현종의 빠른 공이 폭투로 이어지자 2루, 그리고 조용호와 황재균의 안타에 홈까지 밟았다. 7회에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3루 도루를 시도했다. 런다운에 걸렸는데 포수의 송구가 유격수 박찬호에 향하는 사이 3루에 안착했다.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베이스를 지나치면서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심우준의 주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심우준은 올해 이강철 KT 감독이 필승 카드로 내세운 리드오프였다. 지난해 후반기(타율 0.336, 출루율 0.387) 기록으로 이 감독과 전력분석팀 모두 ‘심우준이 야구에 눈을 떴다’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시즌 초반 타격 부진이 길어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예상보다 슬럼프 탈출도 늦어졌다. 잘 맞은 타구조차 운이 따르지 않았고, 타격부진은 수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심우준도 자신감을 잃으면서 고립됐고 이 감독은 결국 타순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훈련에 매진해보기도 하고 아예 훈련을 최소화해보기도 했다. 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하에 김강 타격 코치와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 고민했다. 타격 대신 ‘수비라도 잘하자’라는 생각을 다시 떠올린 순간부터 다시 방망이 중앙에 맞힌 타구가 만들어졌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뒤로 가던 파울 타구도 이제는 앞으로, 내야를 넘어 외야 한복판으로 향한다.
글러브는 여전하고 방망이도 살아났다. 발에는 불이 붙었다. 심우준이 KT팬들의 심(心)을 훔칠 준비를 마쳤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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