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이강인의 ‘4-4-2서 살아남기’, 또 시작됐다

 

[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이강인(19·발렌시아)이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신임 사령탑인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이강인은 한국을 넘어 유럽이 주목하는 신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그치고도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거머쥐었고 현지 매체가 꼽은 유망주 순위에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성장세는 더디다. 2019∼2020시즌 총 24경기 출전이 전부다. 유망주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출전 시간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347분이 전부다. 대부분 교체로 밟아 경기당 평균 약 15분가량밖에 뛰지 못했다. 그것도 주로 후반 막판에 나섰다. 가치를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단순히 어려서 못 뛴 게 아니다. 구단이 추구하는 4-4-2 전술과 이강인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어야 빛나는 이강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측면 자원 역할을 맡기다 보니 제 몫을 다 해주지 못했다. 출전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강인은 출전을 위해 이적에 무게를 뒀다. 제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졌어도 뛰어야 꽃피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이강인의 잠재력을 잘 아는 발렌시아는 ‘출전’으로 회유를 시도했다. 공석이었던 신임 사령탑 자리에 어린 선수들을 중용할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발렌시아는 또 4-4-2를 주로 쓰는 그라시아 감독을 선임했다. 구단 측이 공언한 대로 어린 자원들을 자주 쓰더라도 이강인이 존재감을 뽐내기엔 어렵다. 그라시아 감독도 크게 자신의 철학을 바꾸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29일 스페인 매체 ‘엘 데스 마르케’를 통해 이강인의 기량에 따라 출전 여부가 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팀 내 역할은 선수에게 달렸다.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만약 이강인이 잔류를 선택한다면 또 한 번의 ‘4-4-2서 살아남기’가 미션이 될 전망이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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