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팩트체크 ⓛ]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상승, 진짜 원인은?

자동차보험 팩트체크 ① / 보험 “경증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해” / 한의 “손해율 작년대비 불과 13.6%↑” / 의과·한의과 치료 보장성 균형 이뤄야

[정희원 기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보험업계가 ‘한의진료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의진료가 자동차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주범이라고 강조한다. 경증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의계는 이를 두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험산업은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힘든 상황에 놓인 게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업계의 ‘아픈 손가락’으로 비유될 정도다.

오랜 시간 자동차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손해율 개선 측면에서는 대안을 찾지 못해, 결국 ‘매년 보험료 인상’을 택해왔다. 업계는 수년 전부터 보험료 인상의 원인으로 한의진료를 꼽고 있다. 이와 관련 한방 치료가 실질적인 보험료 상승의 주범인지 알아봤다.

작년 자동차보험 전체 손해액 증가 요소 중 한의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그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분, 한의진료비는 ‘13.6% 불과’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분을 살펴보자. 2019년 자동차보험 전체 손해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1560억원 증가했다. 한의계에 따르면 이 중에서 한의진료비는 1581억원(13.6%)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손보업계는 작년 실손보험 손해액이 2조2000억이라고 추산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의계는 “손해액은 인적·물적담보, 사업비 등 다양한 지출의 합”이라며 “10분의 1에 불과한 한의진료비를 주 원인으로 뽑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또, 2019년 대인사고를 보장하는 인적담보의 손해액은 전년대비 8124억원 증가했다. 한의치료 증가분 1581억원을 제외하면 무려 6543억원이 한의치료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는 손해조사비, 장례비, 위자료, 상실수익액, 휴업손해 등이 포함된다.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상품의 고질적인 문제로 매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가입자의 불만이 커지는 요인”이라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을 견인하는 다수의 요인은 배제한 채, 무조건 ‘한의진료’에만 화살을 겨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해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해보험사, 침체된 시장에서 성장 경쟁으로 인한 문제

손해보험 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증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업 경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아픈 손가락’임에도 손보사가 시장점유율을 넓히려는 것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유용히 활용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고객은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험 실적과 연관성이 높다”며 “이같은 이유로 손해율 증가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에 나서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반증하듯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대형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3.4%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현재 자동차보험 경쟁은 대형사간의 경쟁이라고 봐도 된다”며 “중소형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는 자동차보험의 손실을 감수하고, 마케팅비용으로 여길 수 있어 가능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의 영향을 넓히는 사이,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커지고 있다. 2019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4%로 전년 보다 5.5%포인트 올랐다. 손해보험 업계에서 말하는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찾지 못했고, 결국 보험료 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가당착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손해보험사들은 2019년 두 차례, 2020년 2월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 나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손해율이 개선되고 보험료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단기적인 성과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금융감독원도 손해보험사들이 외형 성장을 위한 단기적 경쟁을 벌이기보다 경영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을 줄곧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손해보험 업계는 보험료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 당사자, 허둥지둥 합의했더니 치료 시간·비용↑

의료 현장에서 치료받는 교통사고 환자들은 자동차보험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치료 후 합의한 6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9.2%가 합의 결과에 만족했지만, 41.4%는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치료의 제한(53%)’과 ‘보험사에서 합의를 요구함(18%)’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불만족스럽지만 합의한 것은 ‘바빠서(57.2%)’가 가장 많았으며, ‘보험사의 종용’도 40.6%에 달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40%를 넘는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추가적인 치료를 발생시킨다.

자생한방병원의 분석에 따르면 합의 종결 당시 통증 정도가 높을수록 진료비 지출액이 크고 진료기간도 늘어났다.

합의 당시 통증정도가 10점 기준 ▲0~3점인 환자는 평균 11.02만원 ▲4~6점인 환자는 평균 24.37만원 ▲7~10점인 환자는 평균 113.86만원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보장기간 내 치료 제대로 못 받으면… ‘건보재정 지출’ 풍선효과

피해자가 충분히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진료비는 건강보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이야말로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진호 부회장은 “건전한 진료행위를 과잉진료 또는 ‘모럴해저드’로 몰아 합의를 종용해 충분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로 종결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보험사가 책임져야 할 배상의 일부분이 건강보험에 전가될 것”이라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보 손해율 줄이려면 의과·한의과 보장성 밸런스 구축해야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에서 한의진료비가 높고 통원일수가 길어서 손해율을 높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의과와 한의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부담이 적은 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의과는 건강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모두에서 수가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한의과는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에서 한의과 치료는 대부분 비급여이고, 실손보험에서도 한의 비급여 치료는 보장받기 어렵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에서만이 동일한 수가를 유일하게 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한의과는 자동차보험이 보장하는 내에서 환자 치료를 완결 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의과는 자동차보험 환자를 합의 이후에도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등으로 보장하는 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의과에서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서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진료는 가급적 조기 종료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이같은 이유로 의원 중 16.6% 정도만 자동차보험을 청구한다.

한의계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줄이려면 결국 의과와 한의과 치료의 보장성 균형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진호 부회장은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치료에 따른 지출을 한의·의과 의료기관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며 “오히려 의과에서 독식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은 이미 130%에 육박하며, 손해액도 2019년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