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앞·뒤 다른 발렌시아, 이강인이 꼭 남아야 할까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기회도 마땅하지 않다. 구단이 직접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포장하고, 유망주를 활용하는 감독을 새로 데려온다고 약속하더니 포메이션조차 방향은 결국 다르다. 출전 시간을 원하는 이강인(19)이 꼭 소속팀 발렌시아FC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복수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발렌시아는 하비 그라시아 감독과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혼돈 양상이었지만 그라시아 감독은 2년이라는 계약기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새 감독 부임 소식이 전해지면 기뻐야 마땅한데 이강인으로서 한숨이 나온다. 방향부터 맞지 않는다. 그라시아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왓포드를 이끌던 당시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이강인에게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가르시아 토랄 전 감독이 활용했던 포메이션과 유사하다. 이전과 같은 밑바탕에서 새로운 감독이 색깔을 달리 칠한다고 해서 큰 시간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구단의 뜻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강인은 유스 시절부터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동갑내기 쿠보 다케후사(19·마요르카)와 라이벌 구도까지 형성됐다. 그런데 구단의 선택부터 다르다. 레알은 쿠보를 마요르카로 임대로 보냈다. 촘촘한 선수층, 감독 성향, 포메이션 등 현재 팀 요소를 지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까지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반면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출전 시간은 보장하지 못했다. 성장기에 다른 길을 걷는 두 라이벌은 이미 평가부터 엇갈리고 있다.

 

 비단 방향성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레가네스전만 전제해도 이강인이 발렌시아를 떠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전반 18분부터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던 발렌시아는 상대팀 선수 퇴장으로 기회를 잡았다. 전반 종료까지 변곡점을 만들지 못한 발렌시아는 후반 초반 상대 선수 퇴장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전방 공격수를 교체하더니 이강인에게는 후반 29분 출격을 허락했다. 직전 경기(8일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교체 출전해 개인 기량만으로 결승골을 넣었던 이강인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약 15분이었다.

 

 구단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팀에 애정이 크지만 출전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강인이 팀에 남아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사진설명: 이강인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이강인이 경기 중 아쉬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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