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의눈]어른들의 144G 욕심…부상 절벽에 노출된 프로야구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철퍽’ 소리가 난다. 선수들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양 팀 투수가 스파이크에 낀 진흙을 털어내는데 수십 분이고 감독들도 나와 항의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약 두 시간을 허비하자 심판은 손을 가로젓고 노게임 선언. 지난 12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른들의 강행 욕심이 아쉽게 느껴진다. 시간을 시즌 개막 전으로 돌려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늦춰지면서 KBO 이사회는 리그 축소안을 고민했다. 결론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줄이고 휴무일인 월요일 활용,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게임룰을 도입해 144경기 체제 고수였다. 무관중으로 진행하자니 수익이 없고 중계권 수익이라도 보존하자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144경기를 꽉 채워 돈을 버는 대신 담보는 선수들의 부상 위험성이었다.

 

 그런데 144경기를 끼워맞추려는 욕심이 우려를 키웠다. 지난 12일 우천 취소가 될 만한 경기가 경기위원과 감독관의 결정에 따라 강행됐다. 질척한 그라운드에 선수들은 멍하니 섰고 미끄러운 그라운드를 밟은 감독도 선수도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산, 광주, 대전, 수원 등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을 내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NC와 LG는 사실상 13연전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잠실야구장에 있던 모든 이가 하나도 얻은 것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부상 절벽으로 내몰린 선수들이다. 올해 프로야구를 잠식한 키워드는 부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준비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각 팀이 부상자 속출에 허덕이고 있다. 부상 예방에 온 신경을 쏟은 트레이닝 파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장마철. 기상청은 12일부터 나흘간 장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는 날부터 걱정은 배가됐다. 어떻게든 경기를 진행해 시즌 후반부 일정에 여유를 찾기 위한 선택은 현장의 의견과 달랐다.

 

 물론 어른들과 현장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리그 진행 자체가 곧 구단들의 운영 자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의 논리에 움직이는 사이 선수들은 절벽 앞에 섰다. 다행히 부상자 없이 3이닝 만에 경기를 마쳤지만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것은 한 순간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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