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찬헌이, 2008년 정찬헌에게

[스포츠월드=잠실 최원영 기자] 2020년 LG의 베테랑 투수가 된 정찬헌(30)이 2008년 신인 시절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떨까. 그의 이야기를 각색해봤다.

 

안녕. 2차 1라운드 1순위로 LG에 입단한 거 축하해. 근데 너 데뷔 시즌 기록 심각하더라. 구원이랑 선발 오가느라 바쁘긴 했어도 39경기 106⅓이닝에서 3승1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50이었으니까. 돌아보면 그땐 너무 단조롭고 단순한 피칭을 했던 것 같아. 경험 없는 새내기라서 그런가. 패스트볼이랑 커브 두 개론 힘들지. 그것도 슬로우 커브 형태였으니까. 한계에 많이 부딪힌 시기였다.

 

나, 올해 다시 선발로 돌아왔어. 10년 만인가. 몸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작년에 허리 수술을 받았거든. 2016년에 같은 부위 수술을 받았는데 또 안 좋아졌어. 2017시즌 끝나고 MRI 찍었을 땐 괜찮았거든. 2018시즌을 끝내고 다시 촬영해보니 증상이 진행됐다고 하더라. 재활을 열심히 했는데 이제 연투가 안 될 것 같았어. 다행히 차명석 단장님, 최일언 투수코치님이 보직을 바꿔보자고 먼저 말씀해주셨어. 정말 감사한 일이지.

 

선발로 뛰어 보니 2008년에 겪은 시행착오가 큰 도움이 되더라. 불펜에서 쌓은 경험도 마찬가지야.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고마운 시간이었어. 지금도 위기 상황일 때는 마무리처럼, 점수 차 여유 있을 땐 롱릴리프처럼 던지려 해. 그럼 더 잘 되더라고.

 

구종도 엄청 다양해졌어. 포심, 투심 패스트볼에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도 던져. 포크볼 만드는 데 4~5년은 걸리더라. 네 나이 땐 힘이 넘쳐서 세게 던지는 게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힘 빼고 던져. 대신 로케이션이 좋아졌거든.

 

다들 내게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셔. 감사하지만 과분하다고 생각해. 10일 주기 등판이라 충분히 쉬면서 다른 선수보다 더 배려받고 있거든. 당연히 잘해야지. 대신 주기를 점점 짧게 만들 거야. 이번 주엔 7일 정도 쉬고 출전하기로 했어. 그래도 몸이 괜찮은지, 회복이 잘 되는지 확인해볼 거야. 시즌 후반엔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도는 게 목표야.

 

아, 나 얼마 전에 노히트 게임도 할 뻔했다. 솔직히 언젠간 깨지겠거니 하고 의식하지 않고 던졌어. 근데 9회에 진짜 깨지더라고. 하하. 아무튼 나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 너도 고생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LG트윈스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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