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명의] 화장실 들락날락 우리 아이… 꾀병 아닌 ‘염증성 장질환’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희원 기자] “학원가기 싫은 게 아니라, 정말로 배가 아파요!”

 

‘야간 자율학습’이 강제되던 과거 고교 시절,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있었다. 간혹 수업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못했다. 이로 인해 별명까지 붙고, 교사들도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줬다. 친구는 ‘질병 탓’이라며 웃어넘겼다.

 

모두가 꾀병인 줄 알았지만, 그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교무실을 찾아 “아이의 사정을 양해해 달라”고 할 때까지 질환일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전세계 약 500만명이 고통받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낮다. 이를 위해 질환을 알리는 날이 제정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인체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며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설사, 복통 등 장염 증상과 유사해 진단시기도 늦은 편이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염증성 장질환과 이를 관리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모두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되는데, 두 질환의 차이가 궁하다.

 

“궤양성대장염은 점액이 섞인 혈변·설사가 반복된다. 대변 절박감이나 잔변감, 복통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나른함, 항문 통증, 하혈 등이 나타난다. 궤양성대장염이 크론병보다 더 흔하다. 국내 궤양성대장염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69.3명, 크론병 유병률은 36.7명 정도로 추정된다. 두 질환 모두 한번 노출되면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어도, 이를 병으로 여기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절반 정도는 증상이 나타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활동이 왕성할 10대 후반부터 30대에서 호발해 학업·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은 복통·설사 등 장염과 증상이 유사해 젊은 환자들은 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 치료가 늦은 편이다. 특히 10대는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단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오인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도 많다.”

 

-시간표 등 학교 규칙에 매인 중·고등학생은 더 고생할 것 같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증을 많이 호소한다. 가족·친구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화장실 사용이나 단체 식사 등에서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사인이 있는지.

 

“설사나 복통이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이 보인다면 주저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도 필요하다.”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기본은 ‘약물치료’다. 이를 통해 증상을 조절한다. 장기간 수술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치료목표다. 단,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약물치료에 호전이 없는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크론병에 흔히 동반되는 항문치루도 약물 치료·수술을 병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효과적인 질병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돼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중증 난치 환자들도 건강한 삶을 살고 있으니 적극 치료에 임해야 한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큰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다.

 

“크론병은 특히 질병이 오래돼 염증이 누적되면 장내 협착·천공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염증 범위가 넓고 심한 상태가 지속되면 종양 발생 우려가 높아진다. 크론병도 악화될수록 빈혈과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흡연이다. 이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질병의 악화, 낮은 치료반응,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크론병 환자는 담배를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같은 진단을 받고 마음 고생하는 환자를 위해 조언해 달라.

 

“크론병·궤양성대장염은 조기진료·치료가 동반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이는 고혈압·당뇨병처럼 적절히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아이들이 자주 배탈을 호소하거나 화장실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 보호자는 막연히 꾀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장염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지속적인 유지치료도 중요하다. 병이 호전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잖다. 이럴 경우 대부분 증상이 악화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합병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 특화진료 나서

 

경희대병원은 염증성장질환센터를 운영하며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에 특화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발 연령대인 학생·젊은 직장인을 위해 10년 이상 토요클리닉도 운영중이다.

 

또, 여러번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원데이(1-DAY) 클리닉을 통해 환자 편의를 높였다. 의심 증상이 있지만 아직 검사받지 못했거나, 의심소견을 들은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진료·검사, 치료계획 수립을 당일에 제공한다. 

 

happy1@segye.com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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