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용훈 감독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신뢰감”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스토리와 영상미,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 기자로서 매주 수많은 작품을 접하지만 ‘이 영화 또 보고 싶다’라는 말이 나오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은 이런 갈증을 씻어준 영화다. 영화 관람 전 접한 포스터에서부터 기대감은 상승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등 등장 인물들의 눈만 담은 근래 본 가장 강렬한 포스터. 각 인물의 욕망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한장의 포스터만으로 영화를 이야기한다.

 

 김용훈 감독은 “소네 게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목 때문에 선택한 영화라 제목을 바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할 당시의 내 심정이 제목과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며 “책을 펼치자마자 빨려 들어갔다. 장르적인 재미도 지니면서 동시에 인간이 눈앞에서 짐승이 되어가는 소설 특유의 서술 방식이 흥미로웠다. 영화와는 다른 소설의 글맛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길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푸라기’는 상업영화 입봉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영화는 지난 달 19일 개봉해 60만 관객을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은 것. 상영관은 열어두고 고군분투 중이지만 일일 관객 수 3만 명인 상황에 손익분기점 240만 돌파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수작이다. 

 김 감독은 “애초 12일 개봉이었는데 일주일 개봉 연기 후 극장에 올리게 됐다. 영화를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에게 안전에 최대한 유의해 영화를 봐주십사 당부드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지푸라기’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지난 2월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이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정말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영광이었다. 감독님도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오셨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의 기운을 받아 저희 영화도 수상한 것 같다.(웃음) 그때 감독님이 영화제에 온 몇몇 한국 감독들을 초대해서 점심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밥을 먹었다. 그 기운을 잘 받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도연과 정우성의 호흡, 거기에 윤여정 배우까지. 황금 라인업을 통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먼저 제작사의 힘이라며 공을 돌렸다.

 

 이어 김 감독은 “전도연 배우가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봤다.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에 본인이 직접 윤여정 선생님에게 제안을 드렸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주는 신뢰감이 배우들 사이에도 분명 존재한다. 다른 배우분들도 작품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다. 정우성 배우도 시나리오를 좋아해 줬고 전도연 배우와의 작업 또한 기대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푸라기’가 신선한 이유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속 적절하게 터지는 블랙 코미디가 있기 때문. 이에 김 감독은 “서스펜스에서 유머가 발생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긴장하기 전에 좀 풀어놔야 그 긴장감이 증폭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긴장이 올라간 상태에서도 어느 순간 떨어뜨려 놓아야 다시 긴장감이 잡힐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잘 살려준 건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이 작품의 전체적 톤을 보고 배우들이 블랙 코미디 부분을 더 살려준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벌새’의 김보라 감독,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한국 영화 기대주로 불린다. 

 

 김 감독은 영화계의 기대에 대해 “너무 부담된다. 우리 영화 제작사의 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가당치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리틀 봉준호’라는 타이틀을 달면 일단 관객들은 내 작품을 ‘기생충’만큼 기대하고 올 거다. 저는 이제 막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연출자인데 높은 기대치가 역으로 실망감을 안길까 봐 걱정이다”라고 고백했다. 

 

 단편 ‘삭제하시겠습니까?’ (2015), 다큐멘터리 ‘남미로 간 세 친구’(2013)를 연출한 김 감독은 2006년 ‘거룩한 계보’ 이후 연출부 생활을 하다가 CJ엔터테인먼트 기획, 제작, 투자팀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올해 마흔 살이다. 28살에 CJ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CJ 기획팀에서 1년 정도 일했다. 그때 시놉시스, 트리트먼트를 많이 썼다. 처음부터 가족들과 회사에는 35살에 나가서 감독하겠다고 얘기했다. 다들 ‘설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가족들한테도 2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진척이 없으면 현실 가장으로 돌아오겠다 했었다”며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내한테 ‘지푸라기’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꼭 했으면 좋겠다’고 큰 용기를 줬다. 주변의 상황이 많이 도와줬다. 정말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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