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넘어 해외로… 영토 넓히는 엔씨소프트

음악 믹스 콘셉트 ‘퓨저’ / 美 전시회 이어 팍스 이스트서 공개 / “각기 다른 사운드 완벽히 싱크” 호평 / 국내 1위 게임 ‘리니지2M’ / ‘리니지’ 우성 유전자 모바일로 옮겨 / 발매 지역·시기 미정… 현지화 작업 중

[김수길 기자] ‘리니지M’과 ‘리니지2M’이라는 쌍두마차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한 엔씨소프트가 나라 밖으로 외연을 넓힌다.

이미 온라인 게임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등으로 일본, 중화권, 동남아, 북미에서 고루 이름을 각인시켰으나, 내수에서 구축한 명성에 비해서는 2% 부족했던 게 사실. 하지만 2020년 엔씨소프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시장성과 작품성을 한꺼번에 인정받는다는 목표로 차별성 짙은 라인업을 출발선에 세운다.

엔씨소프트는 한국에서 흥행한 기존 게임 외에 진출 지역·권역에 특화한 별도 작품으로 예비 이용자를 찾아간다. 배급 주체로는 나선 엔씨웨스트는 게임전시회 ‘팍스 이스트’에서 인터렉티브 음악 게임 ‘퓨저(FUSER)’를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앞서 20년 가까이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와 유럽,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찌감치 전략적으로 투자를 단행해왔다. 지난 2001년 미국 법인 엔씨인터랙티브(NC Interactive)를 세웠고 이듬해에는 현지 유명 개발사인 아레나넷(ArenaNet)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몇몇 유망 스튜디오에 지분 참여 형태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2년에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법인과 자회사를 합쳐 엔씨웨스트(NC West)를 출범시켰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인프라를 통해 서구권 시장에 안착한 작품으로는 ‘길드워’ 시리즈를 들 수 있다. 2005년 첫선을 보인 ‘길드워’는 각종 시상식에서 ‘최고’라는 타이틀을 휩쓸었다.

이처럼 오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엔씨소프트는 이제 한국에서 흥행한 기존 게임을 비롯해 진출 지역·권역에 특화한 별도 작품으로 예비 이용자를 찾아간다. 이른바 투트랙(Two-Track) 전략이다. 배급 주체로 나서는 엔씨웨스트는 한 달 전 미국 보스턴센터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팍스 이스트 2020’(PAX East 2020)에서 인터렉티브 음악 게임 ‘퓨저’(FUSER)를 공개했다. ‘퓨저’는 ‘락밴드’(Rock Band)와 ‘댄스 센트럴’(Dance Central) 등으로 음악·리듬 게임 시장을 이끈 미국 국적의 하모닉스(Harmonix)에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음악 게임은 음악을 연주하고 조절하는 체험적 요소에다, 게임 본래의 재미를 결합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콘솔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중화된 장르 중 하나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를 주전공으로 했던 엔씨소프트로서는 이색적인 행보이기도 하다.

엔씨웨스트가 올 가을 선보이는 음악 게임 ‘퓨저’.

‘퓨저’는 음악 게임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지니면서 여타 경쟁작에는 없던 음악 믹스(mix) 퍼포먼스를 콘셉트로 잡았다. 이용자가 가상의 뮤직 페스티벌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믹스하는 신개념 방식이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직접 선택하고, 보컬이나 베이스라인, 악기 사운드 등을 믹스해 자신만의 사운드를 작곡할 수 있다. 올 가을 북미와 유럽에 나오는 정식 버전에는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곡을 포함해 팝, 랩·힙합, R&B, 댄스, 록, 컨트리뮤직, 라틴·중남미 음악까지 100곡이 넘는 장르의 노래가 수록된다. 또한 ‘퓨저’는 이용자가 제작한 사운드를 게임 안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는 소셜 기능을 더했다. 손수 음악을 찾아 듣고, 노래하면서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덕분에 ‘퓨저’는 ‘팍스 이스트’ 현장에서 관심을 한몸에 누렸다. 시연 버전을 체험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1시간 가량 대기열이 생겼을 정도다. 부스에서는 가상의 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재현해 분위기를 달궜다. 현지 미디어들도 후한 점수를 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가상의 마에스트로가 돼 세계 최고 아티스트의 보컬과 베이스, 악기 사운드 등 히트곡들을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로 완벽하게 조합할 수 있다’고 ‘퓨저’를 소개했다. 미국 게임전문지인 PC 게이머는 ‘각기 다른 음악의 사운드가 완벽히 싱크되는 등 적용된 놀라운 기술이 상당히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퓨저’는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 3대 플랫폼과 PC(윈도우)에 동시 출시된다. 엔씨웨스트는 ‘퓨저’를 시작으로 플랫폼과 장르를 다변화해 북미·유럽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국내 1위 게임 ‘리니지2M’도 엔씨소프트의 세계화에 힘을 보탠다.

엔씨소프트의 세계화에는 국내 1위 게임 ‘리니지2M’도 힘을 보탠다. ‘리니지2M’은 2019년 11월 27일 시판 이후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리니지2M’은 원작인 ‘리니지’의 우성 유전자를 모바일로 고스란히 옮겨오면서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화려한 영상과 안정적인 서버 운영까지 담보되면서 ‘MMORPG 명가’라는 타이틀도 엔씨소프트에 안겼다. 특히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자신감도 증명해주고 있다. 해외에서 ‘리니지2M’이 국내 성적에 비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현지화가 중대한 만큼, 엔씨소프트로서는 발매 지역과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리니지2M’의 해외 서비스의) 구체적인 시기와 지역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해외 진출은 올해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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