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우승 없는 1위 팀의 딜레마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1위는 했지만 우승은 아니다. 얻은 것은 애매하나 잃은 것은 확실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리그 조기 종료를 확정했다.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를 중단한 뒤 21일 만에 결단을 내렸다. 2005년 프로 출범 이래 처음이다.

 

조기 종료라는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각 구단 단장들은 순식간에 합의를 마쳤다. 쟁점은 따로 있었다. 1위 팀에 우승 자격을 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이사회는 5라운드 종료 시점 기준으로 순위는 인정하되 우승 자격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카드(승점64점 23승7패)와 현대건설(승점52점 19승6패)이 각각 남녀부 1위에 올랐으나 별은 달지 못했다. 정규리그 6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했고 2위 팀과의 승점이 각각 2점, 1점 차로 한 경기도 채 되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도 개최되지 않았기에 우승을 인정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의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정규리그 상금도 결과적으로는 구단의 몫이 아니었다. 이사회는 남녀부 1~3위 팀에 주어지는 상금(총 4억 원)을 연맹에 기부했다. 코로나19 극복 성금 및 전문위원, 심판, 기록원 등 리그 구성원들의 생활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결국 우리카드와 현대건설이 얻은 것은 ‘1위 팀’이라는 수식어뿐이다. 그런데 이사회는 새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과 신인드래프트 지명 순번을 예년처럼 최종 확정된 성적의 역순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외인 트라이아웃의 경우 확률추첨을 통해 지명 순서를 정한다. 지난 시즌 규정 기준 남자부는 7개 팀이 구슬 140개를 나눠 넣는다. 우리카드는 5개만 배정받는다. 여자부는 6개 팀이 구슬 120개를 나눈다. 현대건설은 10개만 넣을 수 있다.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우리카드는 자동순위로 1라운드 최하위 지명권을 행사해야 한다. 현대건설도 확률추첨에서 가장 낮은 2%를 얻는다. 손해 보는 것은 우승팀이 하던 그대로다.

 

대의를 위해 양보를 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정상에 도전할 기회조차 잃었고 다소 찝찝한 결과만이 남았다. 1위 팀들엔 유독 더 가혹한 시즌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 위: 우리카드, 아래: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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