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투손]김으로 만든 간식…무뚝뚝한 김재윤을 웃게 만드는 힘

[스포츠월드=투손(미국) 전영민 기자] “제가 뭐라고….”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위치한 KT 스프링캠프에 한 팬이 등장했다. 몸보다 더 큰 보따리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두툼한 백팩도 등에 메고 있었다. 훈련을 지켜보던 이숭용 KT 단장이 “멀리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자 그는 “단장님 보러왔죠!”라고 웃으며 받아쳤다. 한동안 먼발치에서 투수조를 지켜보던 그 팬은 선수단의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 버스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 선물 보따리는 투수 김재윤의 손에 있었다.

 

 선물 보따리의 비밀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가 KBO리그에 합류할 때부터 그는 구단을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김재윤(30)의 열혈 팬을 자처했다. 정규시즌에는 좌석에 앉아 기록지를 써가면서 경기를 관람했고, 구단의 마무리캠프도 방문해 김재윤에게 간식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김재윤의 스프링캠프를 응원하기 위해 인천에서 투손까지 약 1만200㎞를 19시간 동안 날아왔다.

 

 평소 과묵하기만 한 김재윤도 해당 팬을 만날 땐 미소를 잃지 않는다. 무명인 시절부터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 그리고 먼 거리까지 날아온 애정에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김재윤은 “경기를 준비하거나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계셨다. 기록지를 쓰고 계시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며 “한 명의 야구선수로서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참 뭉클하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진짜 내가 뭐라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한국에서 미국 애리조나까지 왔다는 사실뿐 아니라 선물 보따리의 내용물도 김재윤을 웃게 만들었다. 평소 달거나 끈적이는 식품을 좋아하지 않는 김재윤의 식성을 고려했다. 그 중에는 김으로 만든 간식도 있었는데 해당 식품을 사기 위해 용산역까지 오갔다고. 김재윤은 “야구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정말 많다. 가족도 있고 내 자신도 있고 친구들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런 팬을 위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큰 애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이튿날 아침 10시부터 시작한 훈련에도 해당 팬은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를 찾았다. 열혈 팬의 애정을 안은 김재윤은 변함없이 열심히 공을 던졌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전영민 기자,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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