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주인공의 알코올 의존증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20∼30대 싱글 남녀의 새해 계획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명절이 다가올 때면 더욱 생각나는 그것. 바로 연애다. 주변에 “올해는 꼭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 하리라”라고 말하는 지인도 많다.

‘술 한 잔은 건강에 좋고, 두 잔은 사랑에 좋고, 세 잔은 수면에 좋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만큼 남녀는 본능적으로 서로를 경계하지만 술을 마시면 어느 정도 벽을 허물 수 있다. 특히 사랑에 서툰 평범한 남녀에게 술은 사랑으로 이끄는 마술과도 같다.

자생한방병원장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전 여자친구에게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분)과 남자친구와 이별 중인 선영(공효진 분)의 평범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평소 술을 즐기는 재훈은 언제나처럼 숙취로 아침을 시작한다. 휴대폰을 보니 모르는 사람과 밤새 2시간이나 통화도 했다. 필름이 끊기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재훈이지만 모르는 번호와 2시간의 통화 기록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알고 보니 그 상대는 바로 직장 동료 선영.

술이 빚어준 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술을 빼는 일이 없는 재훈과 선영은 술자리에서 서로의 사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고, 점차 감정의 변화도 생긴다.

물론 만취로 인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기억을 못하는 일도 다반사다. 영화 속에서 술은 사랑을 위한 완벽한 도구다. 두 남녀의 어색함을 없애고, 서로에게 과감히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다음날 민망하니 만취를 핑계로 모른 척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은 또다시 술로 재회하게 된다.

사랑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술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 만취해선 안 된다. 흑역사는 둘째치고 필름이 자주 끊긴다는 것은 술을 폭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미 알코올 중독 초기이거나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통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현상은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일시적 건망증으로 급성 알코올 중독과 연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블랙아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반복될 경우 기억력이 감퇴하고 나아가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리다고 안심할 수 없다.

알코올성 치매는 젊은 연령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블랙아웃은 술을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마시는 양을 줄이고 충분한 안주와 함께 천천히 즐겨야 한다. 폭탄주와 원샷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인간을 논할 때 사랑을 빼놓을 수 없고, 술은 사랑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취중진담이 반복된다면 주사(酒邪)일 뿐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술 때문에 기억 못하면 그 또한 서글픈 일이다. 올해 멋진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술로 진심을 전하기 보다는 술 없이도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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