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싸패다’ 윤시윤 “데뷔 10년 차, 여전히 감사할 뿐이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 ‘제빵왕 김탁구’로 시작해 ‘녹두꽃’과 ‘싸패다’까지. 지난 10년간 쉴 틈 없이 달려온 배우 윤시윤은 여전히 간절하고 감사할 뿐이다.  

 

윤시윤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이하 ‘싸패다’)에서 ‘호구’ 육동식을 연기했다. 기억을 잃고 손에 넣은 살인자의 다이어리를 보고 자신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착각에 빠져 펼치는 무용담을 그렸다. 호구와 사이코패스를 넘나드는 그의 연기력은 호평받았지만, 2%대의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마음 약하고 소심해서 이용당하기에 십상이다.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남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만다. 변하기 전 육동식은 물론, 묘하게 어리숙한 사이코패스 육동식까지 윤시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로 시청자를 만났다. 자연스레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3에 출연한 자연인 윤시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윤시윤은 “한동안 육동식에 빠져 살았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시윤과 육동식의 싱크로율에 대한 의문에도 유쾌하게 답하며 “보여드린 게 아니라 ‘찍혔다’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싸패다’는 다른 작품과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보통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대본을 택한다면, 이번 작품은 남들이 보는 ‘인간 윤시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맞춤옷을 입은 듯 육동식의 허당기를 소화했고,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단박에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서 ‘치명적으로 답답’한 육동식과 닮았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완강하게 거부’ 했다고 투덜거렸다. 백번 양보해 치명적이진 않아도 육동식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열이면 열 모두 육동식의 모습에서 윤시윤을 발견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설프게나마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소감은 어떨까. 그는 ‘진짜 사이코패스’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속 사이코패스’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형화 된 사이코패스가 ‘동식이 표 사이코패스’다. 리얼리티를 추구하지 않고 너무 심하게 정형화돼 오히려 웃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진짜 사이코패스 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손사래를 쳤다.

“‘1박 2일’에서는 절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카메라가 계속 찍고 있는데 어떻게 거짓된 행동이 나오겠어요.(웃음) 사람을 알려면 여행을 가보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예요. 절대 성격을 숨길 수가 없죠. 육동식도 마찬가지였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특별히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싸패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그는 육동식을 통해 ‘호구’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항상 당하고만 사는 것 같은 흔한 ‘나’에게 누군가를 단죄할 수 있는 검(일기장)이 생긴 상황. 하지만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매번 피하기만 하던 이가 분노를 드러낼 수 있게 됐을 뿐이다. 

 

“표현법이 우스꽝스러워서 웃길 뿐 늑대 사이에 있는 양들의 이야기예요. 양들도 어느 순간 늑대를 향해 당당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냈을 뿐이죠. 사이코패스라는 핑계 하에 용기를 얻은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천상 ‘워커홀릭’이다. 윤시윤은 일하는 게 너무 좋다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술을 마셔도 쉬면서 진탕 마시는 것보단,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마시는 한 캔의 맥주가 더 간절한 배우다. 

다사다난한 연예계를 10년간 버텨오면서, 흔한 구설도 한 번 없었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더욱 책임감 있게 살아야 한다고 굳게 말한다. ‘결핍되지도, 과하지도 않게 절박했던’ 윤시윤의 지난날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2009년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2010년 KBS ‘제빵왕 김탁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에서 보내온 10여 년이었다. 

 

“만일 나에게도 유혹이 온다면 과연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게 돼요. 내가 특별하게 다른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도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등 배우, 톱스타의 자리가 아닌 자리에 있다는 점에서요. 언젠가 1등이 되어 보고 싶기도, 서글플 수도 있어요. 내가 잘났다고 생각했다면 건방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기회가 주어져도 감사할 수 있었죠. 여전히 대본이 들어오면 너무 감사해요. 러브레터를 보는 듯한 마음이죠.”

 

유독 ‘작품 운이 없다’는 일각의 시선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주연으로서 책임지지 못한 자신의 탓이 더 크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기 위해 ‘날고 기는’ 시놉시스가 방송사의 통과를 기다리고, 첫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연출자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배우들의 고생은 비교할 수 없을 거라며 제작진의 노력을 높이 샀다. “호평은 아마 팬분들의 보내주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어 보인 그는 “시청률로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팬들이 주는 용기로 이겨낼 힘을 얻는다”고 팬들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기대를 모았던 시나리오였지만 결과적으로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며 자평했다. “진정한 프로는 어떤 상황이든 기복 없이 최소의 조건을 만족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라고 해서 매번 잘해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시나리오를 잘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태프도 제작사에도 다 미안한 마음이죠.”

 

“드라마는 종합 예술이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드라마로 필모그라피를 채운 그의 굵직한 정의였다. 혹여 마음에 드는 신이 있더라도 결과물을 보면 만족스럽게 편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과음이나 OST는 배우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윤시윤은 “드라마 속에서 연기는 연기자가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매 작품을 거치면서 종합예술의 위대함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마지막까지 윤시윤은 냉정하고 객관적이었다. 유튜브 혹은 OTT서비스로 인해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시청률 10%를 넘기기 힘들다고 하기엔 ‘낭만닥터 김사부’,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가 있지 않냐”며 최근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지상파 드라마를 언급했다. 그리고 말했다. “어떤 핑계도 댈 수 없어요.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죠. 대중은 정말 냉정한 것 같아요. 대중예술을 하는 배우라면, 그분들로 인해 명예를 얻었으니 반대로 재미를 드려야겠죠. 제가 잘해야죠. 팬들의 위로는 너무 감사해요. 언제나 응원에 힘입어 일어설 수 있어요. 하지만 더 많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드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사부’처럼, ‘동백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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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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