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그 커피 한 잔이…” KIA 이창진은 오늘도 방망이를 잡는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커피 한 잔이 정말 무겁더라고요.”

 

 정규시즌 중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던 이창진(28·KIA)은 한 팬을 만났다. 중년의 남성 팬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응원을 북돋았다. 타격이 부진할 때 일부러 찾았던 골프연습장에선 팬으로부터 아이스커피 한 잔을 받아들었다. 시즌을 마친 뒤 예비군 훈련을 가서도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받았다. 사복뿐 아니라 군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해도 팬들이 알아보자 이창진은 “큰일났다”고 되뇌었다.

 

 이창진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김민호 코치의 지지로 주 포지션인 내야가 아닌 중견수를 맡았을 때 남들보다 열 배 이상은 뛰어야 한다며 경기 전 훈련부터 모든 힘을 쏟았다. 시즌 중 한 차례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엔 원정 숙소에서도 방망이를 잡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 최형우를 비롯한 고참급 선배들이 “창진아, 연습 좀 그만해라. 그러다 쓰러지겠다”고 말렸을 정도다.

 

 마무리캠프에서는 훈련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시즌 말미에 다쳤던 허리에 미세한 통증이 남아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하고자 했던 계획들이 무산됐다. 재활이나 수술 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회복조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일종의 배려였다. 그래도 이창진은 불안했다. 겨우 잡은 주전 자리를 잃을까 하는 우려보다 연습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컸다.

 

 이창진은 훈련의 양과 질이 결과로 귀결된다고 믿는다. 2019시즌 KBO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른 일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이라고 확신한다. 이창진은 “신인상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지인들로부터 아쉽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무명이었던 내가 이런 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더라”며 “신인상을 놓친 것이 아쉽기는 해도 한편으론 ‘내가 그동안 해왔던 훈련이 잘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해를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선수로서 처음 경험하는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때 한 팬이 내게 줬던 커피 한 잔이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가족과 친구들이 아닌 팬이 나를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이창진은 “팬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를 이제 알았다. 사고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훈련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커피 한 잔의 무게를 안 이창진은 오늘도 그렇게 방망이를 잡는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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