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일본(도쿄) 이혜진 기자]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국제대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한국과 미국의 슈퍼라운드는 대회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한국이 5-1 완승을 거두긴 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석연찮은 판정이 자꾸만 나온 까닭이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스트라이크 존은 차치하더라도, 비디오 판독까지 쓰고도 명백한 오심을 저질렀다는 점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 모든 물음표가 ‘또’ 일본을 향한다.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문제의 상황은 3회말 발생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정후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때려내자, 1루 주자 김하성은 홈으로 쇄도했다. 미국은 중견수-2루수-포수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를 실시했다. 포수 에릭 크라츠가 무릎으로 홈을 막고 있었으나, 김하성은 슬라이딩을 하면서 손을 밀어 넣었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크라츠는 애초에 태그조차 하지 못했고, 이후 과정에서도 늦었다. 하지만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비디오판독 후에도 원심을 유지했다.
해당 주심은 시마타 데쓰야로, 일본인이다. 3루심 후쿠야 아스시와 함께 한국 경기에 일본 심판이 두 명이나 배치됐다. 더욱이 시마타 주심은 1999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심판으로 일해 온 21년차 베테랑이다. 단순 실수라 치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는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심판진들의 국가별 현황, 프로-아마 비율, 그리고 이날 비디오 판독을 한 심판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어12는 태생부터 일본 위주였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가 일본 기업들을 스폰서로 앞세워 WBSC를 설득해 프리미어12 창설을 주도했다. 권위가 있는 국제대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WBSC 랭킹 상위 12개 국가만을 출전토록 하고 있으며, 상금 또한 1회 380만 달러에서 520만 달러로 37% 올렸다. 일본 쪽으로 일정이 맞춰져 있는 것은 물론, 2회 연속 결승전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일본이 사실상 주최국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지난 2015년 초대 대회 때에도 한국와 일본의 준결승에 일본 심판인 가와구치 구오타를 배치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렇게 하고도 졌다. 심지어 쏟아지는 비판에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서고 있다. 정작 한국 선수단은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한국이 TQB(팀 퀄리티 밸런스)를 따져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빼앗긴 1점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수준 떨어지는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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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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