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스타] 아픔뿐이던 가을, 고우석은 “내가 모자랐다”고 말했다

[스포츠월드=잠실 최원영 기자] 아픔뿐이던 가을, 고우석(21)이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에게 올가을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포스트시즌 단 한 경기도 쉬이 끝마칠 수 없었다. 지난 3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이닝 2피안타 1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뒤 힘겹게 무실점으로 마무리해 세이브를 챙겼다.

 

6일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초구로 시속 153㎞ 하이패스트볼을 던졌으나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0-1, 패전투수가 됐다. 7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4-3으로 앞서던 9회 등판해 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4-5로 쓰라린 역전패를 맛봤다.

 

거듭된 부진에도 류중일 LG 감독의 믿음은 단단했다. “고우석은 여전히 우리 팀 최고의 마무리다. 세이브 상황엔 믿고 올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류 감독 말대로 고우석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4-2로 앞선 9회,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볼넷, 송성문에게 몸에 맞는 볼을 줬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5전 3선승제에서 이미 2패를 떠안고 있는 상황. 패배는 곧 탈락으로 이어지기에 무조건 막아야 했다. 고우석은 대타 박동원을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처리했고, 김혜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4-2 승리를 지키며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너무 먼 길이었다. 경기 후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누구보다 기뻐하며 고우석을 힘껏 껴안았다. 그는 “우석이가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2차전 끝나고는 집에 가지도 못하더라”며 “힘든 위기를 멋지게 이겨내 줘 진심으로 고맙다. 가장 큰 성과다. 내일(10일)부터는 훨씬 더 멋진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우석도 “이겨서 정말 기분 좋다. 2패에 내 지분이 컸는데 4차전에 갈 수 있어 기쁘다”며 “기사를 다 보는 편인데 댓글에 내 욕이 많더라. 그래도 감독님께서 얘기를 좋게 해주셨다. 나라면 오늘 나를 안 냈을 텐데 믿고 등판시켜주셔서 불안함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내가, 내 실력이 모자랐다. 제구에 집중하려 했는데 결과가 좋아 경기 끝나고 소리도 질렀다”며 “(김)민성이 형이 이제야 웃냐고 하더라(웃음). 강남이 형이 ‘네 공을 믿고 던져라’라고 해준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팀에 정말 미안했다. 3차전에서 꼭 내게 기회가 한 번 더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겨내서 기쁘다”며 “(차)우찬, (임)찬규 선배님이 따로 방으로 불러 냉정하게 조언해주셨다. 스스로 확신이 없었는데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패전이나 블론세이브를 해도 또 승부해보고 싶은 게 투수 마음이다. 4차전도 출격 대기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잠실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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