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노리는 BMW… 신뢰 회복 ‘총력’

대규모 리콜 사태 후 1년… / 안성 RDC 300억 추가 투자 계획 / 신규 부지 확보로 몸집 키울 예정 / 서비스 팩토리로 경정비 서비스 강화 / 고객과 접점 확대… 인식 개선 힘써

[이재현 기자] “리콜 사태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2018년 여름, BMW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많은 차량이 주행 중 화재로 문제가 됐다.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였다. 결국 BMW코리아는 무려 17만 2000여대의 차량을 리콜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기에 이르렀다. BMW에겐 악몽과도 같았던 사태로 ‘명품 수입차’라는 이미지에도 큰 흠집이 났다.

해당 사건 탓에 한동안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화재 사태가 전국을 휩쓴 1년 뒤, BMW는 뼈저린 반성 속에서 교훈을 얻고 조금씩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BMW는 8월 28일부터 이틀간 안성 부품물류센터(RDC), 송도 콤플렉스,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를 공개하는 ‘풋프린트 투어’를 진행했다. 내년이면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는 BMW가 걸어온 길과 미래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하지만 각 시설을 돌아볼 때마다 ‘리콜 사태’가 빠짐없이 언급되던 탓에 투어는 일종의 ‘사죄 투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대신 사죄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 속에서 시설 투자 확대와 고객서비스 강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BMW의 안성 부품물류센터 내부 모습. 8만 6000여종의 보유 부품은 딜러의 주문 내역 95%를 소화할 수 있다.

BMW가 무려 13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7년 5월 안성에 문을 연 RDC는 축구장 8개와 맞먹는 크기다. 8만 6000여종의 보유 부품은 딜러가 주문하는 부품의 95.1%를 소화할 수 있다.

안성 RDC의 또 다른 강점은 입지다. 부품을 들여오기도 편리하고, 특히 중부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와 인접해 수도권에 부품을 공급하기가 무척 용이하다. 이는 당연히 정비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안성 RDC의 존재 덕분에 리콜 사태 당시 단시간 내 최대 수준의 부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BMW는 2021년까지 RDC에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이미 신규 부지를 확보해, 5만7000㎡인 물류센터의 덩치를 8만 8000㎡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강기훈 BMW 코리아 RDC 이사는 “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한 수급과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 기민한 위기관리를 위해 투자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부품 물류센터에 준비된 시승 차량.

리콜 사태를 계기로 부품 수급과 고객과의 접점 확대 중요성을 깨달은 BMW는 RDC 신규 투자 이외에도 애프터 서비스 체계에 변화를 모색했다.

먼저 업계 최초로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한 부품 공급 테스트도 마쳤다. 본격적인 철도 운송에 돌입한다면 공급 안정성은 물론 해상 운송 체제보다 훨씬 빠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자 외곽지역에 기존 서비스센터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형 서비스 거점인 ‘서비스 팩토리’를 도입하고 대형 마트와 연계해 경정비 서비스를 강화한다.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내부 모습. 125억원을 추가 투자해 2019년 10월 확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일반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 부분에선 통합 브랜드 체험 공간인 영종도 드라이빙센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드라이빙센터는 성인은 물론 어린이까지도 브랜드 체험과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는데, 수익은 커녕 매해 적자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BMW는 투자를 강화할 생각이다.

설립 당시에도 770억원이 투입됐는데 ‘전 단계가 연결되는 고객경험’이란 모토 아래, 125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2019년 10월 확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2014년 개장 이래 매해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누적 손실만 500억원이지만, 브랜드 가치인 ‘즐거움’을 알리고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드라이빙센터의 주행 체험 행사 중 슬라럼 코스를 주행 중인 차량.

이러한 후속 조치 노력 덕분일까. 올해 초까지 저조한 판매량으로 고전하던 BMW는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9년 7월에는 3755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61.7%까지 떨어졌던 2019년 2월에 비한다면 괄목할 만한 회복세다. 8월에는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플러스를 기록했다.

정상천 BMW코리아 애프터세일즈 총괄 상무는 “앞으로도 고객 중심적인 사고로 일관된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한편, 지속 성장 모델을 마련해 고객 만족과 사회적 공헌 실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신뢰 회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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