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손흥민, 모든 것 바꿀 것이란 기대-부담-비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달궈진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놓으면 ‘취~’ 하는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 구워진다.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돈다. 색깔만 변해도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삼겹살이다. 그 기다림 끝에 마주한 고기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 이때,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파무침과 함께 먹으면 말 그대로 ‘풍미 작렬’이다.

 

손흥민(26·토트넘)은 파무침과 같은 존재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풍미를 깊고 가득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삼겹살 맛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 삼겹살 자체가 신선하지, 탱탱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파무침이 있더라도 맛을 살리지 못한다. 또한 삼겹살이 없는 파무침에는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즉, 손흥민이 합류한다고 해서 대표팀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 대표팀 자체의 경기력이 살아나야, 손흥민도 빛날 수 있다.

 

파울로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제 본격적인 우승 행보를 펼쳐야 한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마쳤고, 중국전에 나서다. 중국전을 마치면 이제 16강 토너먼트를 시작한다. 지난 14일 UAE 땅을 밟은 ‘캡틴’ 손흥민도 16강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손흥민은 세계 톱 클래스로 무한 성장 중인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다. 최고의 스타로 꼽힌다. 손흥민의 합류로 축구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에서 답답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드러냈기에 기대감도 크다.

당장 공격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는 손흥민에 대한 집중 견제를 포기하고 대인 방어 또는 지역 방어를 펼칠 수 없다. 2명 이상이 협력 수비를 해야 한다. 상대 수비수가 손흥민에게 쏠리면 그만큼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청용(보훔)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공격 2선 자원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상대 수비진 밸런스를 깨기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손흥민의 발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돌파 및 쇄도와 묵직한 한 방도 대표팀의 풍미를 살린다.

 

그러나 전제 조건은 대표팀 공격진이 정성스러운 플레이를 선행해야 한다. 기운을 쭉쭉 빠지게 하는 패스 미스, 역동적이지 않은 움직임, 공을 뺏기면 멍하니 서서 동료나 심판을 바라보는 모습을 당장 내버려야 한다. 이러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면, 손흥민이 있어도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오히려 손흥민까지 경기력이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부담감까지 더해진다. 에이스의 숙명이라는 명목 아래 비난까지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도 조금 주춤할 때마다 ‘거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모두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버거운 짐이다.

 

팀 전체가 달라져야 한다.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 아니다. 패스 하나를 하더라도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차단당하더라도 악착같이 쫓아가서 다시 뺏는 자세, 동료를 위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어다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막차 합류하면서 “대표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 뛰겠다”고 말했다. 대표팀도 에이스라는 이유만으로 무거운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는 손흥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벤투호도 강해진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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