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단독인터뷰③] 추신수 "한국서 뛴다면? 롯데 아닌 곳은 의미없다"

[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추신수(36·텍사스)는 성공한 ‘메이저리거’다.

부산고를 졸업한 18세의 추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누구나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다. 소위 ‘FA 잭팟’을 터뜨렸고, 현 소속팀 텍사스 더그아웃에서도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리더가 됐다.

물론 프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역대 1번 타자 가운데 '20-20-100-100(홈런-도루-볼넷-득점)' 클럽을 처음 개척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말 7년 1억3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으로 텍사스에 이적한 추신수는 이적 후 잔 부상에 시달리며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지난 시즌 149경기에서 타율 0.261에 22홈런 78타점 96득점 12도루를 기록하며 다시 건재를 과시했다.

새해 스포츠월드와 단독 인터뷰에 나선 추신수는 “현재의 내 모습을 꿈꾸고 미국에 온 것은 아니다. 최고의 무대에서 잘하는 사람들 속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 구장을 내 발로 밟고 그런 선수들과 한 경기만 뛰어보는 게 꿈이었다. 지금은 매일 뛰는 선수가 되어 있지만, 조금씩 꿈을 향해 쫓아가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추신수는 18년 전, 어렵게 야구를 했던 시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가 벌써 18년째 미국생활이다. 18살에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학생으로 180도 다른 곳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힘든 게 외로움이었다. 이야기가 하고 싶어 그간 연락이 뜸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걸기도 했다. 이야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목표 하나만 보고 모든 걸 견뎠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이대호·김태균·정근우)이 한국에서 각 팀 최고의 스타가 돼 있었고, 나는 미국에서 실패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실패해도 미국에서 실패하고, 미국에서 끝내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추신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이너리그 시절의 ‘눈물 젖은 빵’과 그리고 클리블랜드로의 트레이드다. 2001년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추신수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내고도 빅리그 콜업을 받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가 버티고 있는 시애틀 외야진에 추신수의 자리는 없었다. 2006년 중반 클리블랜드로 이적은 추신수에게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추신수는 2008년 14홈런을 때려내며 풀타임 빅리거로 가능성을 알렸고,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20-20클럽(20홈런ㆍ20도루 이상)'에 가입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추신수는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됐을 때, 그리고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친정팀 시애틀을 다시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애틀 선발이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생활했던 상대 에이스였다. 정말 그때는 아무런 소리가 안 들렸고, 심장이 터질 듯했다. 말로만 들었지 내가 그런 느낌 받을지는 생각도 못 했다. 숨을 못 쉴 정도였다”면서 “1-0으로 클리블랜드가 이겼는데 그때 6회 내가 빅리그 첫 홈런을 쳤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이제 추신수의 야구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나이로 37세. 같이 야구를 시작했던 동기들은 동기 중에는 야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추신수는 “나는 이치로처럼 엄청난 업적을 남긴 선수가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안다. 항상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아직도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야구를 그만둔다 해도 내가 했던 야구에 대해서는 후회와 미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떤 사람들은 그만두면 그때 좀 더 했다면 하지만, 난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 앞으로 3년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추신수가 2018시즌 수비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지명타자가 내겐 썩 맞진 않는다. 팀을 위해서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18년 동안 외야를 보다가 갑자기 지명타자를 하니 몸 리듬 자체도 잘 안 맞고 밸런스도 무너졌다. 어딜 다치거나 못 뛰었다면 몰라도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뛸 수 있고 수비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찬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빅리거 1세대’들은 KBO리그에 돌아와 현역에서 물러났다. 추신수는 “예전에는 전혀 KBO리그에 오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야구로 꿈을 꾸고 살아왔던 내 조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SK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추신수를 지명했다. 추신수가 한국에서 뛰게 된다면 SK에 입단해야 한다. 하지만 추신수는 “KBO리그에서 뛴다면 롯데에서 뛰고 싶다. 부산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메이저리그라는 곳을 꿈꾸기 전에 롯데에서 있는 게 꿈이었다. 사직 야구장에서 야구를 응원하면서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야구를 본 기억이 난다. 친구들도 거기서 뛰고 있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지만 부산이 아니면 저한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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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일보 DB, OSEN,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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