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스토리] 넥센 임병욱이 어머니에게 띄우는 편지

프로 2년차 임병욱(20·넥센)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타수 조정까지 하며 다음 시즌 ‘신인왕 프로젝트’ 주인공으로 낙점했을 만큼 높은 잠재력을 보유한 외야수다. 하루하루 묵묵히 성장하고 있는 그에게 생애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감격이 찾아왔다. 임병욱은 7일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앞서 묵묵히 자신을 지탱해준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띄웠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막내 병욱입니다. 이렇게 편지로 인사하려니 어색하네요. 조금 쑥스럽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아 써 봅니다.

하… 믿어지지 않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시즌 후반에는 감독님이 다음 시즌 신인왕 후보로 저를 점찍어주셨고, 가을 잔치라는 큰 무대에 저라는 이름을 적어주셨어요. 이렇게 빨리 큰 무대를 경험하게 되다니… 감개무량해요.

참 웃긴 게 갑자기 옛날 야구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초등학생 때 야구 배우고 싶다고 어머니를 졸랐는데 제가 다칠까봐 걱정된다며 말리셨었죠. 그래도 제가 아버지 닮아 운동신경이 좋잖아요. 형에게 갈 운동신경도 저에게 왔으니까요(하하). 아버지도 그걸 알고 긴 말없이 승낙해주셨고 어머니도 마지못해 지원해주셨죠.

그런데 제가 넥센에 입단하자마자 시범경기에서 발목을 다치고 말았어요. 당시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너무 아파서 계속 야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그러셨죠.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길은 열릴 거라고 격려해주셨죠. 차마 감사하다는 말씀은 못 드렸지만 그때 그 한마디가 저를 지탱해준 힘이 되었어요.

어머니, 저는 아직 슈퍼스타가 아니지만 그 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어요. 막내가 집(화성)도 자주 못 가고 연락도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해요. 늘 제게 조급함은 독이 된다고 늘 깨우쳐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만약 타석에 들어선다면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껏 휘두를 거예요.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아들의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늘 응원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정리=박인철 기자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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