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풀어본 KBO리그 전반기

〔정정욱 기자〕 지난 3월28일 개막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16일을 끝으로 전반기 레이스를 마쳤다. 특히 올 시즌은 10개 구단 리그로 규모가 확대돼 하루 5경기가 펼쳐지면서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했다. 전반기를 사자성어로 되돌아봤다.

◆한화의 괄목상대(刮目相對)

‘마리한화’로 불리는 한화에 적용된다. 올 시즌 새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특유의 지옥 훈련과 함께 기존 패배 의식을 걷으려 애썼고, 매 경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승수를 쌓았다. 결국 만년꼴찌 팀을 전반기 5위로 끌어올리며, 가을야구에 희망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불거지는 등 야구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김성근 감독의 행보가 이슈메이커가 되는 등 한화는 언제나 ‘핫’한 팀으로 변모했다. 

◆kt의 일취월장(日就月將)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에 뛰어든 kt에 적용된다. 시즌 초 패하는 게 일상이 된 kt는 ‘승수자판기’라는 오명과 함께 한때 1할 승률 추락 직전까지 몰려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구축과 새 외국인 선수 가세 덕에 일취월장 하더니, 이제는 더 이상 kt를 무시하는 팀이 없게 됐다. 트레이드에 있어서는 지난 5월 박세웅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을 롯데에 내주고, 장성우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 하준호를 받아오는 ‘빅딜’이 눈에 띄었고, 외국인 선수 개편에 있어서는 타자 댄 블랙과 투수 저마노의 영입이 컸다. 

◆노마지지(老馬之智)-베테랑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베테랑의 향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기록 경신이 줄을 이었는데, 이승엽(39·삼성)은 6월3일 포항 롯데전에서 KBO리그 통산 400홈런 금자탑을 세웠고, 이호준(39·NC)은 6월18일 수원 kt전에서 개인 프로통산 300번째 홈런을 달성했다. 또 홍성흔(38·두산)은 6월14일 잠실 NC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우타자 2000안타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도 불펜으로 맹활약 중인 좌완 박정진(39·한화)은 팀의 숨은 공신이 됐고, 선발로 보직 변경한 송신영(38·넥센) 또한 팀의 5선발로 자리매김하며 중심을 잡아줬다. 또 어깨 수술이후 ‘퇴물’ 평가를 받은 손민한(40·NC)은 불혹의 나이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엘롯기’의 천신만고(千辛萬苦)

프로야구 최고 흥행구단인 LG·롯데·KIA를 한데 묶어 부르는 별칭 ‘엘롯기’에 해당한다. kt를 최하위에 두고 ‘엘롯기’가 7∼9위를 차지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지난 2001∼08년까지 세 팀이 번갈아가며 꼴찌를 한 것에 대한 비아냥이 담긴 ‘엘롯기 동맹’이 다시 살아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일고 있다.

◆난세영웅(亂世英雄)-주장의 품격

‘주장의 품격’이 그 사례로 뽑힌다. 시즌 초 부상 병동이었던 팀을 구한 넥센 주장 이택근(35)을 비롯, 한화 주장 김태균(33)은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에도 불구 5월14일 대구 삼성전에서 대타 만루홈런을 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또 5월13일 사직 넥센전에서 보여준 롯데 주장 최준석(32)의 끝내기 홈런, 5월15일 잠실 LG전에서 선보인 SK 주장 조동화(34)의 끝내기 수비, 5월10일 목동 넥센전에서 나온 KIA 주장 이범호(34)의 역전 그랜드슬램 등 ‘주장의 품격’은 전반기 내내 이어졌다. 이들 캡틴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jjay@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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