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최고 경영자 제프리 카젠버그와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이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에서 ‘창조경제 시대 사랑받는 문화콘텐츠 전략’이란 주제로 ‘창의’(Creative)에 대해 깊이 있고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펼친 것.
‘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주최 CJ 그룹, 후원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계 파워 리더들을 초청해, 그들의 창조적 사고방식과 성공 전략을 들어보고 창조경제 시대에 필요한 통찰력과 비전을 일반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열린 행사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 내·외 언론은 물론 2000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함께하며 두 사람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날 처음 만난 두 거장은 서로의 팬이었던 사실을 밝히며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물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입담꾼 봉준호 감독과 재치 넘치는 제프리 카젠버그의 만남은 관객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이야기는 심도 깊었다. 먼저 제프리 카젠버그는 창조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도전정신’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는 그 만큼의 위험이 따르지만 이를 극복해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젠버그는 드림웍스를 만들며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으로 드림웍스는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을 ‘어른들도 즐기는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제프리 카젠버그는 이 같은 결과를 얻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카젠버그는 ‘쿵푸팬더’를 예로 들며 “이 영화의 경우에는 500만 프레임을 갖고 있다. 프레임 하나당 12개의 부서를 거쳐 완성되고 100개의 수정 버전을 가진다. 이처럼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 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마더’는 ‘괴물’이 성공한 직후여서 만들기 쉬웠다. 하지만 ‘괴물’을 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대낮에 한강에서 괴물이 뛰어다닌다’는 설정이 큰 우려를 샀는지 정신병자 취급까지 받았다”고 웃지 못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이 더 큰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봉 감독의 설명이다. 봉 감독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만들어서 보여주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었고 이를 원동력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를 듣고 있던 제프리 카젠버그는 “봉 감독의 이런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서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이 가장 재능있는 자라고 생각한다. 끈질기고 고집 센 감독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이고 중요한 일”이라며 봉 감독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앞서 ‘일을 놀이처럼 즐긴다’고 말해 주목받았던 제프리 카젠버그는 ‘웃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카젠버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웃음이다. 이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히며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나의 일이기에 일을 가장 행복하게 노는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24시간 7일씩 일할 수 있다. 일 할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세계 속 한국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드림웍스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은 CJ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면서 “한국에는 혁신적 회사들이 많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부분은 한국이 이끌어 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엄청난 미래를 약속하는 나라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포럼은 부산 동서대학교와 이원으로 연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온라인 생중계돼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 생중계와 동시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드림웍스 수장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쿵푸팬더’ 시리즈 등의 작품을 통해 동양적 캐릭터 설정과 서양적 인생관을 결합시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슈렉’ ‘쿵푸펜더’ 등 문화콘텐츠에 IT를 접목하는 창의력을 발휘해 애니메이션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킨 인물이다. 20일에는 에버랜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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