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청도 소싸움 축제 18일 개막] 박진감 넘치는 '힘과 힘' 한판 승부!

CNN 선정 한국 최고의 축제…합법적 베팅 게임으로 발돋움

안귀분씨가 싸움소를 훈련시키는 모습
경상북도 청도는 ‘소싸움’의 고장이다. 올해도 2월초 소싸움장이 개장된 이후 주말이면 1만석이 넘는 소싸움 경기장이 관중들로 넘쳐나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경기와 더불어 100원부터 걸 수있는 베팅으로 두 배의 재미를 느끼는 관중들이다. 청도는 4월 18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되는 ‘2012 청도소싸움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청도군 전체에 소싸움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고, 축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조직위원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거대한 싸움소 두 마리가 맞붙어 뿔로 서로를 찌르며 한쪽이 상처를 입고 도망가야 승부가 갈리는 소싸움. 이에 어떤 단체에서는 ‘동물 학대’라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도의 주민들은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답게 색다른 주장을 한다. “예전에 국민교육헌장에도 있잖아요.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개발해…’. 그만큼 보통 소와는 다르게 싸움소는 타고 났어요. 싸워는 것이 본능이고 직업이죠.” 이 정도로 청도 주민들은 소싸움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이 대단하다. 소싸움축제 준비에 한창인 청도군을 돌아봤다.

▲스페인에는 투우, 한국에는 소싸움

소싸움은 두 마리 황소를 맞붙여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주로 한가위에 마을간 대항전을 통해 결속을 다졌다. 경남 일원과 경북 청도 지역 등에서 전승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다. 그런데 민속소싸움경기를 체계화하고 고유의 레저문화로 정착하기 위해 청도군에서는 소싸움을 관광축제로 이어왔다. 청도군은 작년 9월에 상설소싸움경기장을 마련하고 소싸움을 경마처럼 베팅해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합법적인 ‘겜블’로 양성화시켰다. 전국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축제로 평가받는 ‘2012 청도소싸움축제’는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열린다. 소싸움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청도소싸움축제는 21일에 겜블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결승전이 개최된다.
청도 소싸움
▲CNN이 인정한 꼭 가봐야할 축제

소싸움은 거대한 덩치에 콧김을 뿜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뿔을 부딪히며 힘을 겨룬다. 작년에 청도 소싸움축제를 관람했던 외국인이 스페인의 투우와 차별되는 매력적인 경기라며 온라인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다시 이슈가 됐다.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인 CNN에 ‘한국에서 가봐야할 아름다운 곳 50선’을 선정하면서 청도 소싸움축제를 21위에 올렸다. 50선 안에 든 4개의 축제 가운데는 청도소싸움축제가 단연 1위였다. 청도는 소싸움경기 이외에도 소싸움 개장관을 운영하고 전통우사체험, 새마을 발상지 청도사진전, 디카콘테스트 등 체험 프로그램이 풍부하다.

▲전설의 소 ‘안창이’를 아시나요

축제가 다가오면서 소싸움의 고장 청도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 우주(牛主) 안귀분(59)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성의 몸이지만 타고난 승부욕(?)을 이기지 못하고 10여년 전부터 소싸움에 뛰어들어 어느덧 업계의 ‘전설’이 됐다. 13살짜리 황소 ‘안창이’를 이끌고 전국의 소싸움을 찾아다니는 안귀분씨는 본업인 미용실 운영보다 싸움소를 키우고 훈련시키는 일에 더 몰두해 유명세를 탔다. 현재도 안창이를 비롯해 5마리의 싸움소를 끌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안창이는 자신의 체급인 특갑(850㎏)에서 5번이나 우승했고, 2009년 5월에는 전국 왕중왕 타이틀까지 따낸 명우(名牛)다. 올해 소싸움축제에도 가장 주목받는 싸움소로 꼽히고 있다. “우승을 하면 500만원 정도 상금을 받는데, 사실 사료값도 빠듯하다. 어차피 돈을 벌기위해 싸움소를 기르는 것이 아니다. 싸움소와 나는 남들이 모르는 교감이 있다”는 것이 안귀분씨의 설명이다.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새마을운동과 미나리

청도에서는 소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바로 청도였다. 사실 새마을운동은 청도신도마을의 잘살기 운동에서 시작됐다. 이를 기리기 위해 청도신도마을에는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이 세워져있다.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라는 것을 내외국인들에게 널리알리고, 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기념관 옆에는 새마을 운동을 시작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탔다는 ‘대통령 전용 열차’에 집무실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급수로 재배하는 한재미나리밭
아울러 전국에서 생산되는 미나리 가운데 최상품으로 꼽히는 한재미나리도 청도의 자랑거리다. 청도군 청도읍 한재골에서 생산되는 미나리는 지하 60∼150m에서 뽑아낸 지하수로 재배한다. 1급수로 길러내기 때문에 무공해인데다가, 맛과 영양도 뛰어나다. 밑단이 보랏빛을 띄며 줄기가 두툼하고 속이 꽉차 있는 것이 한재미나리의 특징으로, 삼겹살에 둘돌 말아먹는 ‘미나리 삼겹삽’은 한 입 먹어보면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청도 감와인을 숙성시키는 와인동굴
▲와인터널에서 맛보는 APEC 공식 만찬주

청도에서 생산되는 또하나의 특산물인 감을 이용해 만든 감와인은 세계 유일의 독특한 와인으로 2005년 부산 APEC 공식 만찬주로 지정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그 감와인을 숙성저장시키는 곳이 바로 와인터널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철도 터널을 개조해 저장고를 만들었다. 와인터널은 1896년 일제가 착공해 1904년 완공한 경부선 철도터널로 길이 1015m, 폭 4.5m, 높이 5.3m 규모다. 그러나 1937년 또다른 상행선이 근처에 개통되면서 사용이 중지됐고, 110년이 지난 현재 감와인 숙성저장고로 변신한 것이다. 와인병 만들기 체험과 은은한 조명아래 시음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데이트 장소로도 제격이다.
청도의 명물로 꼽히는 철가방극장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가방’이 청도에?

청도군 풍각면 성곡댐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가방이 세워져 있다. 한쪽 면에는 거대한 소주병과 자장면, 고춧가루 등이 재미있게 붙어있다. 한국에서 개그맨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전유성이 개그맨 지망생들을 무료로 교육하고 코미디공연을 올리는 작은 소극장으로, 공식 명칭은 ‘웃음건강센터’이며 보통 ‘코미디철가방극장(코철)’이라고 부른다. 코미디도 자장면처럼 배달이 된다는 뜻에서 전유성이 아이디어를 내고, 청도군에서 건립비용을 댔다.

코철은 작년 5월20일 오픈한 후 청도의 명물이 됐다. 공연에 나오는 개그맨들은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음을 선사해 객석은 항상 발디딜 틈이 없다. 작년 12월말까지 전국에서 찾은 유료관객이 2만5000명을 넘었다. 올해도 4월 공연은 전회 매진이 됐을 정도로 인기다. 코철의 김진오 센터장은 “마을이 생긴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방문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지역 경제 발전에도 톡톡히 공헌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공연문의 02-703-1950

청도=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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