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58)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해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차 전 감독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C로그를 통해 “독일에서 아침 식사를 하다가 조광래 감독이 경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1998년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조 감독의 경질이 꼭 그렇게 기습적으로 이뤄져야 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차 전 감독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을 지휘하다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연이어 패한 뒤 벨기에와 가진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전격 경질당한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차 전 감독은 “1998년 경질이 이뤄지고 나서 가장 큰 피해자는 차범근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정치인 정몽준과 축구인 조중연”이라며 “두 사람에게도 ‘차범근을 경질시킨 사람들’이라는 쉽지 않은 상처가 늘 따라다닌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 전 감독은 “그런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 그렇게 기습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사안이 절대 아님에도…”라며 비난했다.
이어 차 전 감독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크게 실망했다. 나 역시 많은 기대를 했던 아끼고 싶은 후배였다. 그는 젊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그렇게 상식과 원칙을 우습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유감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황보 위원장이 공식적인 기술위원회를 열지 않고 회장단과 협의한 뒤 경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아울러 차 감독은 “왜 세상이 젊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지지하는가. 그들에게는 나이 때문에 무뎌지는 양식의 날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차 전 감독은 “조광래, 조중연, 황보관 등 모두 축구계에서 큰 인물들이다. 경질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상처가 덜 되는 길을 고민했어야 한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전쟁터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이니까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배진환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