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대 풍미한 테마파크 공포시설들

자연농원 '요술집' 1976년부터 20년 인기 끈 대표 '귀신의 집'
롯데월드 '유령성…' 사실적인 사운드·홀로그램으로 차별화
현재도 운영중… 스토리텔링 진화 돋보여
에버랜드 '요술집'.
 31일 할로윈 데이를 맞아 테마파크에는 귀신·유령 등이 등장하는 공포체험 시설이 인기다. 고대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한 할로윈 데이 시즌이면 온갖 이름의 축제와 이벤트가 파크를 점령한다. 외국 풍습인 할로윈이 생소하던 시절에도 테마파크에 귀신들은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오싹했던 기억들을 더듬어 보자.

에버랜드 '요술집'.
▲ 자연농원 ‘요술집’의 추억


자연농원(현 에버랜드) 개장 당시인 1976년에 오픈해 1995년까지 운영했던 시설이 ‘요술집’이다. 일반적인 귀신의 집 형태였는데 실제로 연기자가 등장하지는 않고 센서를 설치해 사람이 지나가면 무덤이나 관이 열리며 구미호, 저승사자 등 귀신 모형이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형태였다. 오픈 당시 입장료는 단돈 200원이었다. 요술집은 그 당시 굉장히 인기있는 시설로 주말이면 공포체험을 위한 인파가 피크 시즌 캐리비안 베이 뺨칠 정도로 운집했다.

최근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공포물은 ‘호러 메이즈’다. 약 7분간 암흑의 미로를 통과하게 되는 이 시설은 한번에 4명 이하의 손님들이 들어가 공포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귀신을 연상시키는 동양적 공포 스토리와 숙련된 연기자를 통한 리얼리티 강화, 실험실, 수술실, 암흑의 복도, 감옥 등 8개의 방과 4개의 좁고 어두운 복도에서 시각효과는 물론 향기와 음향 등 오감을 총동원한 공포를 선물한다. 호러메이즈는 9월 9일 오픈 이후, 유료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원조 공포시설’이던 ‘요술집’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 

롯데월드 '유령성의 초대'.
▲ 롯데월드 ‘유령성의 초대’를 아시나요?


‘유령성의 초대’는 다른 테마파크와 달리 각종 괴기스러운 사운드와 효과 속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심리적 공포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차별화된 시설물이었다.

특히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위해 3차원 입체 음향 시스템을 적용하고, 매직비전 시스템을 통해 물체 위 홀로그램 영상을 비추어 더욱 생생한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계단을 지나 펼쳐진 어두컴컴한 유령의 만찬장에 초대되는 순서도 있었다. 테이블 위 헤드폰을 착용하면 천둥소리, 정체 모를 비명소리,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생생하게 들려오고, 발을 스쳐 지나가는 생쥐, 등 뒤에서 부는 바람 등 음산한 분위기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만찬을 마치고 이어지는 복도에서는 갑자기 불이 꺼지며 드라큐라의 혼령이 나타나는 것 역시 끔찍한 체험으로 꼽혔다.

롯데월드는 유령성의 초대에 이어 2007년 고스트 하우스를 선보이게 된다. 국내 최초 3D 호러 입체 영상관으로 마치 눈 앞에 날아들 듯 생생한 입체 영상이 강도 높은 공포감을 한차원 높였다. 가장 최근 2009년에 등장한 것은 ‘툼오브호러’다. 총 11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어두컴컴한 미로를 헤쳐나가기 위해 각 공간으로 통하는 표식의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이 열리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통로 속에서 본격적인 각종 공포상황이 펼쳐진다. 

서울랜드 '귀신동굴'.
▲ 서울랜드 ‘귀신동굴’에 가면 처녀귀신이 있다?


1988년 서울랜드 오픈 당시부터 계속 같은 이름을 지켜온 시설이 ‘귀신동굴’이다. 지금의 할로윈이 지극히 서구적 발상의 공포물이라면 이곳에는 ‘토종 귀신’들이 주로 활약했다.

초창기에는 귀신동굴에 저승사자 한 명만 있어도 손님들은 기겁을 했다. 손님들이 너무 무서워하고 겁을 내자 서울랜드측은 저승사자의 액션을 약하게 바꿨다. 그 뒤로 무섭지 않은 저승사자는 순식간에 놀림감이 되고 만다. 2000년도 이후 위기를 느낀 ‘귀신동굴’은 저승사자 대신 처녀귀신 2명 투톱 시스템을 도입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다.

그 밖에도 귀신동굴 안의 조명색을 바꾼다든지, 음향을 바꾼다든지, 또는 염라대왕 앞을 지날 때, 바닥을 꿈틀꿈틀한 재질로 바뀌어서 놀래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스토리 텔링 역시 계속 진화 중이다. 올해 7월에는 염라대왕의 심판을 피해 이승으로 나가는 부분이 리뉴얼 됐고 계곡의 출렁다리와 저승의 암흑터널 중 직접 손님이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도 제공된다.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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