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평론]김지아나의 작품세계

빛, 도예의 새로운 미적가치의 제시
 김지아나는 하나의 세상을 연주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도예작업이란 일종의 악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만들어진 악기가 아니라 악기를 만들면서 연주까지 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총체적인 예술가라 할 수 있다.

 도예가는 무릇 흙의 정신과 불의 마력을 동시에 다루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는 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려는 연금술사의 몸짓을 상기시킨다. 김지아나의 작품이 지향하는 특징 중의 하나는 개개의 유니트들이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부분들로 역할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과 같다는 사실이다. 프렉탈은 카오스에 내재한 질서 있는 구조를 말하는 것으로 고사리의 갈라진 잎사귀들이 전체적으로 닮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기유사성(Self -Similarity)그리고 이렇게 닮은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순환성(Recursiveness)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을 특별히 지칭하는 말이다.

 김지아나의 작품은 이러한 프랙탈적 구조와 깊은 연관성을 진고 있다고 하겠다. 그녀의 작업 방식은 복제제작이 가능한 방법인 석고몰드(mold)로 기본 원형을 만들고 이장주입으로 떠내진 결과적인 형태들은 같은 원형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모습들을 지니도록 제작된 것이다. 그것은 곧 김지아나가 성형 혹은 소성하는 과정에서 마치 액체의 방울이 튀어 오르는 듯 한 흔적들을 그대로 떠내거나, 가마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적 변화의 요인들조차도 그대로 살려 작품에 도입하는 방식에서 연유하고 있다.

 김지아나의 조형작품 속에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조형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이 우리의 주목을 요청하고 있다. 그녀는 삶의 쉼 없는 변화 속에 생성되고 소멸해 가는 특별한 사건들, 기억들, 기표들을 붙잡아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조형적 해석을 가하면서 가시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 특별한 정황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끄는 것은 김지아나의 과감한 변주성에 있다 할 것이다. 그녀는 자체 완결성을 지닌 독립적 형태보다는 집합적 구조가 전체성으로서의 조형적 형식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관람객의 시각, 시간의 추이, 실제의 상황까지 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상황 혹은 정황으로써 미술형식'을 변주적으로, 실험적으로 진행하려는 태도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도예작업을 하나의 회화적 표현수단으로 생각해 왔다면 이의 확장된 지평에서 빛을 도입함으로써 가변적 상황을 더욱 극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극화 혹은 가변성이라는 용어는 김지아나의 새로운 작품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 빛 혹은 조명은 새로운 지각 경험을 유발하는 매체이자 대량생산된 복제성과 관련이 있다. 그녀는 이 매체를 단지 새로운 지각경험을 유발하는 조형적 매개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예술적 표현의도를 확장해 나가는 방법론으로서 채택하고 있다.

 근작의 주제로 설정한 '점으로부터, 점으로'가 프렉탈적 변주곡으로 우리의 시선을 적셨다면의 '빛의 그림'들은 매체의 복합적 결합이 파생시킬 수 있는 물질성, 투과성, 시간성에 관한 도예의 새로운 미적가치를 제시해 나가고 있다.

글 미술평론가 장동광

◆김지아나

미국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하고 몬트클레어대에서 석사과정(순수미술)을, 서울대 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 7회=한국미술정예작가대상 수상 기념전(인사아트센터),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세라믹 스페이스 & 라이프), 타이완 도자공예비엔날레(타이완 Yingge 도자 박물관), 제1회 상하이 국제 도자 초대전(위슨아트센터) 등. △아트페어=2009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와 2009 한국현대미술제(KCAF)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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