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 인기 명품 ‘새치기 구매’ 가능하다고?

[정희원 기자] “우리 담당님 열일♥ 핫해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인데 득템했어요!”

 

최근 한 인플루언서의 SNS 포스팅으로 백화점 VIP들의 ‘명품구매 매너’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인플루언서이자 의류사업가 손모 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재 인기가 많아 예약구매를 해야 하는 루이비통의 핑크색 ‘포쉐트 악세수아’를 어렵게 구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평소 ‘청담동’ ‘명품 하울’ 등 럭셔리 콘텐츠를 주로 소개하며 쇼핑 후기를 공유해왔다. 

 

인플루언서이자 의류사업가 손모 씨의 SNS 포스팅

하지만 이번 포스팅 이후 ‘새치기 의혹’에 시달리며 해당 글을 내렸다. 단순히 차례가 되어 물건을 받은 게 아니라, 브랜드 매니저의 재량으로 예약 대기자가 있는 물건을 중간에서 가로챈 게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올린 포스팅에는 ‘예약 건이 있지만 브랜드 VIP인 당신에게 먼저 물건을 주겠다’는 뉘앙스의 카카오톡 내용이 공유돼 있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브랜드 매니저는 “포쉐트 악세수아는 더 이상 예약을 받는 상품이 아니고, 취소된 예약 건을 넘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VIP들의 ‘물건 가로채기’ 실제로 가능할까?

 

이와 관련 일부 소비자들은 ‘일반고객은 인기 물품을 살 때 예약 후 기다려야 하는 반면, VIP들은 이같은 대기 없이 얼마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느냐’는 반응이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뿐 아니라도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의 특정 제품을 구입하려면 대체로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순서대로 제품을 받게 된다.

 

평소 명품을 즐겨 구매하는 한 20대 소비자는 일각에서는 “VIP들이 돈을 많이 쓰는 만큼 업계 입장에서는 그들을 우선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해당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으로 ‘그럴수도 있는 일’이 ‘실제 일어난 일’이 되자 기분이 영 좋지 않다”고 했다.

 

◆백화점 업계, VIP 새치기라니 ‘황당’

 

신세계백화점·갤러리아·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등 업계도 ‘VIP의 새치기’는 있을 수 없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백화점 측에 ‘VIP가 대기 없이 새치기를 원할 때 대응하는 규정이 있느냐’고 묻자 “애초에 비상식적인 일이다보니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 A모씨는 “인플루언서의 과시욕이 부른 해프닝 같다”며 “정말 새치기가 사실이라면 루이비통 담당자나 고객이나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브랜드 매니저의 수완이 무척 좋아 마치 하나밖에 없는, 예약이 없는 물건을 마치 예약된 것이지만 VIP를 위해 빼준 것처럼 포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 B모씨는 “명품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며 “최근 대구 지역에 시계 매장 오픈 당시에도 VIP든 일반 구매고객이든 모두 밖에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C모 씨도 “VIP 중 특정 브랜드의 백을 무척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웨이팅 리스트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고, 매일 전화로 물건이 들어왔나 묻는 정도이지 새치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루이비통의 ‘포쉐트 악세수아’

◆VIP 관리, 행사나 서비스로 이뤄져

 

물론 백화점 업계가 한 번에 수백만원씩, 연간 수천만~수억원 어치의 명품을 사는 이들에게는 VIP 대우를 해주는 것은 맞다. 소비 양극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VIP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연 매출 대비 VIP 매출 비중은 2017년 38%에서 2018년 39%, 2019년 1분기 40%로 늘고 있다. 갤러리아뿐 아니라 대다수 백화점의 매출 상위 10% 고객은 전체 매출의 약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유추된다.

 

하지만 VIP 대상 패션쇼·사전구매 서비스·출장서비스·퍼스널쇼핑 서비스·전용 문화클래스 등 행사나 특정 서비스의 모양새로 이뤄지지 ‘새치기’로 대우하지는 않는다는 것. 인기 품목을 구매하려면 이들도 모두 동일하게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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