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초점] 굿바이 에이스… 육성리그 된 KBO리그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의 미국 메이저리그 재취업 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2019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조쉬 린드블럼(32·두산)이 미국 메이저리그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을 포함한 복수 매체는 4일(한국시간) “KBO리그에서 훌륭한 시즌을 보낸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석해 팀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능성은 크다. 이 매체는 “린드블럼은 최근 2시즌 동안 두산 소속으로 56경기에 등판해 35승 7패를 기록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에서는 2018시즌 2.88, 2019시즌 2.50을 기록했다”라며 “데이터를 중시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나 LA 다저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선발 투수 자원이 필요한 LA 에인절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린드블럼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선수의 트레이드를 다루는 MTR(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 역시 “린드블럼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직구의 회전수가 증가했고, 스플리터는 감소했다. 투구의 위력이 강해졌다”라며 “이와 같은 레퍼토리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 투수가 필요한 구단에는 가성비에서 최고의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에서 린드블럼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메릴 켈리의 활약 덕분이다. 켈리는 2010년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을 받으며 유망주고 꼽혔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주목받았으나, 구속의 한계에 봉착하며 결국 빅리그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때 SK의 러브콜을 받고 2015시즌부터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4시즌 동안 활약한 켈리는 이 사이 구속이 증가했고, 경기 운영에서도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선발 투수로서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고, 구속이 증가하자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았다. 결국 2019시즌 애리조나 소속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13승14패의 활약을 펼쳤다. 현지 언론은 “패가 많지만, 팀 제5선발로서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켈리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KBO리그 무대를 밟은 뒤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30대에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입성한 것이다. 린드블럼 역시 20대에 KBO리그에 도전했고, 5시즌을 활약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30대인 현재 빅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외국인 선수 KBO리그 성공 신화를 쓴 에릭 테임즈 역시 20대에 한국땅을 밟았고, 30대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3시즌째 팀 주축 타자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2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태초 KBO리그를 밟는 외국인 선수는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입성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타이론 우즈, 다니엘 리오스, 더스틴 니퍼트(이상 두산) 펠릭스 호세(롯데) 댄 로마이어, 제이 데이비스(이상 한화) 클리프 브룸바(현대) 등 대부분 최저 29세이며 모두 30대 초반에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능성은 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는 20대 선수가 찾은 흐름이다. 그리고 KBO리그에서 능력과 경험을 쌓아 다시 빅리그에 오르는 ‘역수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계자는 "그만큼 KBO리그의 수준과 환경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설명하면서도 "다만 시즌 중간에 마음이 흔들려 집중하지 못하거나, 재계약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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