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데뷔 20주년’ 공효진, ‘동백꽃’ 만나 또 한 번 활짝핀 꽃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대본이 좋았단 얘기는 입이 아파서 못 할 정도예요. ‘뿅 가는’ 대본으로 모두가 예상보다 더 멋진 연기를 해 희열을 느낄 수 있었죠. 몸이 떨리는 경험이었어요.”

 

배우 공효진이 데뷔 20주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그에게 ‘동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생겼다. 최고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으로 데뷔한 공효진은 SBS ‘화려한 시절’(2001)을 시작으로 MBC ‘눈사람’(2003), KBS2 ‘상두야 학교가자’(2003),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MBC ‘고맙습니다’(2007), ‘파스타’(2010),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질투의 화신‘(2016)까지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를 기록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대박을 쳤다. 2019년 또 하나의 대표작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을 남기며 ‘KBS 연기대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공효진이 연기한 동백은 옹산에서 술집 ‘카멜리아’를 운영하는 미혼모였다. 그는 8살 아들 필구를 홀로 키우며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강단 있는 모습부터 ‘직진남’ 황용식(강하늘)과의 투박하지만 가슴 떨리는 설렘까지 ‘믿고 보는’ 공효진 표 캐릭터 소화력을 여지없이 뽐냈다. 

동백이의 인생은 시청자들의 아픔이자 희망이자 또 행복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을 안고 살아왔지만, 귀신처럼 따라오는 ‘팔자’ 탓인지 까불이(이규성)의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동백의 삶을 바라보는 시청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쫀쫀한 전개 속에서 그가 아닌 동백이를 상상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공효진의 섬세한 표현력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츤데레같은 ‘옹벤져스’의 보살핌 속에 피어나는 행복, 맥주 500cc잔으로 까불이를 때려잡는 통쾌함까지 동백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꽃 피운 동백이의 인생처럼 배우 공효진이라는 꽃도 만개(滿開)했다. 지금까지 오랜 배우 생활을 이어오면서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흥행을 다시 한 번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20년을 버티니 새 국면에 서게 된다”면서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는데 모두가 알아봐 준 게 너무 반갑다”고 했다. 20년을 봤으니 지겨울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해볼 만 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살인, 배신, 치정도 있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사람 간의 정(情)’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었다. 대사 한 줄, 눈빛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꿈틀거리게 할 수 있는 것이 ‘동백꽃’의 매력이었다. 그래서 더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공효진은 “20대도, 30대도 따듯한 ‘정’에 울었다는 게 놀라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타고난 건가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는 기분 좋은 해석을 내놨다. 

 

그저 재밌고, 화려한 작품이 아니라 뜨듯한 사람 이야기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사람들이 점점 집요해지고, 세지고 있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을 고쳐먹었다. ‘동백꽃’은 ‘내가 아니면 남’이라고 생각했던 공효진의 냉소를 치유해준 작품이었다. 센 척하는 사람들이지만 결국은 사람 간의 온기에 무너진다고 하는 생각에 묘한 공감도 들었다. 아직은 세상이 따뜻할 수 있다는, 더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실어줬다. 그래서 ‘동백꽃’과의 작별에 더 찡한 마음이다. 

올해로 40대에 접어든 공효진은 인생의 딱 절반, 20년을 연기에 쏟았다. 누군가에게는 배우로서의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지금도 충분한 것 같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동백꽃’ 마지막화에 신기하리만큼 공효진의 마음과 똑 닮은 대사가 있었다. 그는 “행복은 다 자기 왕만두를 빚는 거라 생각해요”라는 대사를 읊으며 “나는 정말 왕만두를 잘 빚어온 거 같다. 용감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밀고 나갔다”고 했다. 누군가 ‘보란 듯이’가 아니라 행복하고 소소하게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경쟁하고 비교하기보다 내가 빚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공효진의 눈빛과 말투에는 힘이 느껴졌다. 이것이 시청자들이 ‘동백꽃’에 열광한 이유이자 ‘배우 공효진’의 롱런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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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니지먼트 숲,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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