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휴스턴발 ‘사인 훔치기’…KBO리그였다면 어땠을까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미국 메이저리그(ML)가 최악의 스캔들을 맞았다. 해당 구단의 월드시리즈 우승 전적 박탈 여부뿐 아니라 사무국 차원의 구단 중징계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오랜 역사에 큰 오점이 생겼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최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조직적 ‘사인 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은 2017년 LA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사인을 훔쳤다. 일부 선수의 행동이 아닌 조직적인 훔치기였다. 외야에 고성능 카메라를 설치해 멀리서 촬영한 후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더그아웃에선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소리로 타자에게 상대의 사인을 알려줬다. 언론의 보도뿐 아니라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과 폭로까지 속속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7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란 점이 실망감을 키운다. 만약 조직적 사인 훔치기가 사실이라면 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코레아, 조지 스프링어 등 ‘기적’이라 불렸던 우승의 이면에 불법이 존재했던 것이다. 우승 박탈 여부를 떠나 선수 개개인의 스토리와 휴스턴이 걸어온 모든 길이 부정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만약 이번 사태가 모두 사실로 드러날 경우 리그 내 신뢰 관계도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사무국도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

 

 돌이켜보면 사인 훔치기는 메이저리그에만 한정할 일이 아니다. 휴스턴처럼 임원 차원에서 계획한 조직적인 훔치기나 장비를 활용한 행위는 없었지만 KBO리그에서도 사인 훔치기는 존재한다. 누상에 나가 곁눈질로 포수의 위치나 사인을 파악해 도루를 감행하는 식이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일은 없어도 선수들 사이에선 의혹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투수와 포수, 그리고 주자의 기 싸움이 되는 일도 결국 ‘사인을 훔친 것 아니냐’라는 의문에서 기인한다.

 

 휴스턴발 사인 훔치기 사태가 KBO리그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KBO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은 “경기 시작 후 그라운드에서 전자기기를 착용하거나 외부에서 곧바로 직접 정보를 내부로 전달하는 경우는 불공정 행위다. 각 리그마다 규정이 일정 부분 다르다고 해도 사인을 훔치는 행위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KBO리그는 올해 페이퍼가 논란이었는데 외야수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단 상대팀의 사인을 훔치려는 목적이나 어떠한 플레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엔 즉시 퇴장이며 추후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휴스턴 같은 일이 만약 KBO리그였다면 리그 규약을 부정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바로 퇴장 조치를 취하고 추후에 물증을 확보해 제재를 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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