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꽃파당’ 하회정 “연기로 행복을 주고 싶어요”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어디서 본 듯 익숙한 배우다. 다수 장르물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긴 그가 이번엔 퓨전 사극에서 내관을 연기했다.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닦고 있는 배우 하회정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는 5일 종영을 앞둔 JTBC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은 여인보다 고운 꽃사내 매파(중매쟁이) 3인방, 사내 같은 억척 처자 개똥이(공승연), 그리고 첫사랑을 사수하기 위한 왕(서지훈)이 벌이는 조선 대사기 혼담 프로젝트. 극 중 하회정은 왕 이수(서지훈)를 보필하는 장내관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다. 

 

스포츠월드와 만난 하회정은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꽃파당’의 밝은 에너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내관 역할도 처음이었지만 사극도 처음이었다. 여러모로 재밌게 찍은 촬영이었다. 젊은 배우들도 많았고, 그 덕에 촬영장 분위기도 활기찼다”며 종영소감을 밝혔다. 

 

배우 인생의 첫 사극이었다. 말투부터 현대극과 달랐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다. 그는 “처음엔 내가 알고 있던 사극 톤으로 대사를 준비했다. 그러다 다른 배우들과 리딩을 하면서 차츰 고쳐갔다”면서 “‘꽃파당’이 사극이긴 하지만 전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었. 젊은 배우들도 많다보니 전통 사극 톤에서 기준을 조금씩 당겼던 것 같다”고 노력한 부분을 짚었다. 

과거 사극과 달리 ‘내관’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얇고 높은 목소리로 남성성을 지웠지만, 요즘은 다르다. “처음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내시 목소리’를 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런데 이제 추세도 바뀌고, 평소의 내 목소리를 내도 내시로 봐주시더라. 내시라고 해서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버지가 아프고, 말도 더듬는 유약한 인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단 하나, 수염을 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면서 “선배님들은 기본 한 시간을 분장에 투자하셨다. 나는 수염이 많이 나는 편도 아니었고 문제없었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편했다”고 돌아봤다. 

 

내관으로서 왕을 연기한 서지훈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그에게 서지훈과의 촬영 후기를 묻자 대번에 “진중한 친구”라고 답했다. 생각도 깊고,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배우라고. 하회정은 “누군가를 배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항상 배려가 배여있다”라면서 “항상 우수에 젖어있다. 옆에서 보면 촉촉하다. 배역 때문인 줄도 모른다”고 웃어넘겼다.  

반면 동료 배우들이 바라본 하회정은 어떤 모습일까. 오랜 시간 함께한 서지훈은 그를 ‘인생 2회 차’ 같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사실 그런 성격은 아니다”라고 고쳐 말한 하회정은 “겉보기엔 여유로워 보이나 보다. 사실 굉장히 연연하는 성격”이라며 머쓱한 미소를 보였다. 혼자 잘 숨기고, 드러내는 걸 반기지도 않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크게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지인들의 ‘인생 2회 차’ 비유가 맞는 꽤 걸맞은 성격인듯했다. 

 

하회정은 ‘꽃파당’ 촬영 현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재차 언급했다. 그 분위기는 쫑파티까지 이어졌다. 배우들이 한 데 모여 마지막까지 함께 회포를 풀었다고. 하회정은 현장 분위기의 비결로 감독과 배우들로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연기자들을 편하게 해주셨다. 전 작품을 함께할 때도 그랬다. 배우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며 풀어주셨고, 현장에서 대사도 바꿔가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는 젊은 배우들의 밝은 에너지 덕이었다. 

OCN ‘구해줘’(2017)를 시작으로 tvN ‘크로스’(2018), KBS2 ‘추리의 여왕2’(2018) 등 출연하는 작품의 대부분이 장르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가 특별히 장르물을 선호했던 건 아니었다. 하회정은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다. 오디션을 보고 선택을 받아 출연한 작품들이고, 우연히 장르물 위주로 출연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작품을 촬영하면서도 ‘어둡다’는 생각을 느끼진 못했다고. “물론 작품 자체는 어두웠지만 ‘구해줘’의 경우 우리 4인방은 너무 즐거웠다. 얽힌 이야기들이 무거웠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까지 무거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꽃파당’처럼 밝은 작품은 처음”이라고 소회했다. 

 

그런 그와의 대화에서 가장 신기하게 느껴진 건 그가 ‘배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다. 서울예대 연기과를 졸업한 그는 한양대학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연기를 향한 ‘학구열’이 대단하다 싶었고, 학업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 그가 내놓은 답변은 반전을 안겼다. 

 

한창 대입을 준비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하회정은 ‘연극반’에 들어갔다. 이유는 놀랍도록 간결했다. 바로 ‘짝사랑하던 여학생’ 때문이었다. “좋아하던 여학생이 연극반이었어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이라도 한 번 붙여볼까’ 하는 마음이 연극반에 가입하게 만들었죠. 활발하게 동아리 활동은 못 하겠고, 뒤늦게 들어간 연극반이라 따로 연기학원을 등록해서 연기를 배웠어요.”

 

뚜렷한 꿈 없이 ‘성적에 맞춰’ 진학하려던 하회정에게 ‘연기’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자꾸 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고, 오기도 생겼다. 부모님의 반대를 예상하고 무려 40kg의 체중 감량도 했다. 그렇게 준비했고, 일 년의 공부가 아쉬워 대입을 위해 재수까지 감행했다.

2010년 이후 출연한 연극들은 대학 재학 중에 동기들과 무대에 올렸던 작품. 대학 졸업 후에도 연극을 해오다가 오디션 낙방의 경험이 쌓이면서 힘들어졌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게 됐다. 작품을 하기도 쉽지 않았고, 연기자로는 안 되려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렇게 출연하게 된 작품이 바로 ‘구해줘’다. 

 

‘구해줘’는 홀로 부딪혔던 작품이다. 새벽에 스태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촬영지로 향했고, 촬영이 끝나도 스태프들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려서 서울로 복귀해야했다. “너무 힘들었다”고 한숨을 내쉰 그는 이내 “중반부터는 몰래 부모님의 차를 몰고 다녔다. 안 그럼 감당할 수 없었다”라며 웃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칠 배우 하회정. 그는 10년 후에도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계속 연기를 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오래 배우 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즐거웠으니까 연기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아요.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것도 훈련이 될 것 같다”고 미래를 그렸다. 

 

하회정은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가 주어진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인물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공부해 볼 수 있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천천히 인물에 접근하고 이해하면서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끝으로 하회정은 “인생에서 사랑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연기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그저 ‘행복’하기를, 그런 자신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웃는 연기엔 시청자들도 웃고, 우는 연기엔 시청자들도 같이 울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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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매니지먼트 이상, JP E&M, 블러썸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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