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산이 만나는 땅… ‘가을 풍경 명소’ 충북 괴산

[괴산=글·사진 전경우 기자] 10월의 끝자락, 한바탕 귀신 축제(핼러윈)를 즐겼다면 이제 그 귀신을 물리칠 차례다. 충청북도 괴산은 귀신을 물리치는 길지다. 한자는 槐山이라 쓰는데, 괴(槐)는 木자와 鬼자를 합쳐 만든 글자로 느티나무나 회화나무를 뜻한다. 두 나무 모두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파사(破邪)의 의미가 있어 우리 조상들은 마을 어귀나 궁궐 입구 등에 심었다.

괴산은 산과 산이 만나는 땅이다. 남동쪽으로 소백산맥이 지나가고 서남쪽은 노령산맥이 가로지른다. 큰 산은 넉넉한 물줄기를 품고, 이 물은 큰 나무를 길러낸다. 괴산의 가을이 특별나게 풍성한 이유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괴산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은행나무 길은 없었다

양곡리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최근 ‘가을샷 맛집’을 찾아다니는 인스타그램족의 성지로 떠오른 명소다. 지경리 방향에서 고개를 넘으며 보이는 모습부터 장관이다. 10월 중하순이면 노란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약 400m가량 줄지어 도열한 모습이 물에 비쳐 비현실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 300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이다. 2019년에는 포토존과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은행나무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낚시터에는 5개의 수상좌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좌대에는 전기 및 화장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주요 어종은 붕어, 떡붕어, 메기, 잉어, 동자개, 가물치 등이다.

화양구곡 암서재(岩棲齋)의 가을 풍경이 그림같다.

▲아홉 계곡 속에 펼쳐진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구곡은 한 때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숙종 때 노론이 득세했던 시절, 노론의 대표적인 인물인 송시열을 기리는 사액서원이 전국에 수십 개 만들어졌는데 화양동 계곡의 화양서원이 그 중심에 있었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부터 마지막 파천까지 걸어가는 계곡 산책길은 경사가 완만해 ‘저질체력’인 여행자에게 딱 맞는 가을여행지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과 학소대를 거쳐 깨끗하고 반듯한 흰 바위 위로 맑은 계곡물이 스치듯 지나가는 파천에 다다른다. 계곡 산책로 길이는 3.1km며 중간에 식당들이 많이 있다.

원풍리 마애불

▲원풍리 마애불과 수옥폭포

원풍리에는 보물 97호로 지정된 마애불이 있다. 높이가 12m나 되는 큰 암석을 우묵하게 파고, 두 불상을 나란히 배치한 마애불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예다. 마주 보고 왼편에 보이는 불상은 원래 코가 없었는데 약 5년 전 누군가 몰래 와서 코를 붙여 놨다. 얼굴에 있는 곰보 같은 자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사격연습을 하면서 생긴 상처다.

수옥폭포

수옥폭포도 원풍리에 있다. 조령 삼관문에서 소조령으로 흘러내리는 계류가 절벽을 통과하면서 형성된 높이 약 20m의 3단 폭포다. 길가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땀을 흘리지 않고도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강소형 잠재관광지, 한지체험박물관

연풍면에 위치한 한지체험박물관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이 주인이다.

옛 신풍분교 자리에 지상 1층으로 건축면적 1326㎡ 규모로 꾸며진 박물관은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전통 한지의 제조과정도 볼 수 있다. 한지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 전시도 볼거리다. 다양한 한지 체험도 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알맞다.

한지체험박물관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을 이용해 만든 전통 종이를 뜻한다.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고 두드려 물에 푼 다음 대나무 발로 섬유를 건져 물을 짜내고 말려 종이로 만든 것이 한지다.

옥종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한지체험박물관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효율적인 컨설팅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인 접근성의 장점을 잘 살려 강소형 잠재관광지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산막이옛길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갔던 10리길이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어서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너편으로 군자산과 괴산호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배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동선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산막이나루에서 차돌바위나루로 가는 배편이 가장 인기가 많다.

▲조령과 이화령

조령산은 나는 새도 쉬어 넘는다는 험준한 새재를 품에 안은 백두대간의 산이다. 신라가 북쪽에 계립령과 산 아래 조령고개를 열었고 이후 중부 지방에서 영남으로 가는 주요 관문 역할을 했다. 고려를 세운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이 조령산을 사이에 두고 큰 싸움을 했다는 기록도 있고,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공로 역할도 했다.

이화령은 괴산군 연풍면과 문경시 문경읍 사이에 있는 고개로 고개가 가파르고 험해 산짐승의 피해가 커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하여 이유릿재라 불렀다. 그 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 고개를 넘으면 경북 문경땅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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