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을레터]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 사랑하는 우리 형 ‘이영하’에게”

[스포츠월드=잠실 최원영 기자]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멋진 형. 이영하(22)는 가족들에게 그런 존재다.

 

이영하는 2016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간 숨을 골랐다. 2017년 데뷔했고 지난 시즌 도중 선발로 보직을 옮겼다. 올해 본격적인 선발 변신에 나서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선 당당히 2선발을 꿰찼다. 두산 팬들의 자존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영하는 가족에게도 자랑스러운 존재다. 부친 이준성 씨와 모친 강민주 씨,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남동생 이영석 군, 네 살배기 막내 여동생 이영은 양은 늘 다함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는다. 응원하기 위해 나섰지만 떨리는 마음에 차마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먹먹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이영하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띄웠다. 

 

#사랑하는 형에게.

형 안녕, 나 영석이야.

 

나는 형이 공 던지러 나올 때마다 기대돼. 형은 언제나 잘할 것 같거든. 정말 멋있고 자랑스러워. 나도 커서 형처럼 멋진 야구선수가 될 거야. 형은 내가 마음이 너무 여려서 안 된다고 했지만 나 보기보다 씩씩한 편이야! 형이 투구 폼 시험에서도 나 합격이라고 했잖아. 근데 나 마음이 바뀌었어. 투수 말고 타자할래. 타자가 더 멋진 것 같아. 나도 커서 끝내기 안타 쳐볼 거야. 미안하지만 난 형 공도 잘 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 김재환 형 방망이 받아주면 안 돼? 정말 갖고 싶어.

 

그리고 형, 집에서 자는 척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깜짝 놀라게 하지 좀 마. 난 형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 형은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형, 형보다 내가 더 잘생긴 것 같아. 엄마 아빠도 내가 더 잘생겼대. 나 조금 부끄러운데…형, 정말 정말 사랑해.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영하야 안녕. 네가 벌써 이렇게 많이 컸구나. 훌륭한 야구선수로 자라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한 시즌 치르느라 고생 많았어.

 

기억나니? 너 어렸을 때 공부 빼고 다 잘했던 거. 태권도를 잘하던 네가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린 반대였다. 넌 키는 큰데 너무 말랐거든. 몸싸움해야 하는 축구보다는 야구가 낫다고 생각했어. 몇 번 같이 해보니 소질이 상당하더라. 역시 넌 야구가 잘 맞는 것 같아.

 

네가 처음 두산에 지명됐을 때, 우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단다. 하지만 곧바로 수술받고 재활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어. 그래도 우리 영하는 주눅 들지 않고 씩씩했지. 우린 믿었다. 힘든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넌 멋지게 이겨낼 거라고.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네가 그랬지.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싶다고. 속으론 떨릴텐데 그렇게 말해주는 네가 정말 든든하고 대견했다. 우린 영하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엄마 아빠에겐 좋은 아들이자 영석이와 영은이에겐 멋진 형, 오빠니까.

 

우리에겐 늘 네가 최고야. 지금처럼만 아프지 않고 해줬으면 좋겠어. 절대 초심 잃지 말자. 팬분들이 있어야 네가 있다는 거 잊지 말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자.

 

영하야 우린 앞으로 네가 좋은 선수이자 올바른 사람이 됐으면 한다. 언제 어디서나 너를 응원할 거야. 우리 아들 이영하. 사랑하고, 사랑한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잠실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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